얼마전 전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그녀는, 일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곤 합니다. 최근 부사수를 새로 맞이 하면서, 고민이 생긴 듯한 그녀는 “요즘 애들 말이야.. 정말 생각보다 힘들어” 로 시작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 일을 가르쳐줘도,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
- 하루종일 메신저로만 일한다.
- 좀, 친해지려고 이런저런 질문을 해도 영 속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 하루종일 일도 잘 해내지도 못하면서,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것 같다.
뭐 이런 이야기였지요. 🙂
그리고 이런 말로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내가 벌써 꼰대가 되어버린건가?
30대 후반, 그녀도 사회학자가 구분한 세대로 치면 밀레니얼입니다. 그런데 최근 입사한 친구들의 업무태도를 이해하기 못한다는 것에 불만과 동시에, 자신도 그렇고 그런 꼰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스친거지요. 이상하게도 이 친구를 만난 후, 여기 저기에서 세대와 관련된 글을 기고해달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세대차이를 극복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없는지, 어떻게 하면 밀레니얼-Z세대와 함께 일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있는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본격적인 과정개발을 위해 제 친구를 비롯해 세대이슈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보았습니다. 더불어 2030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도 그만큼 만나 보았구요. 중간자적 입장에서, 아무런 개입없이 이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새로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제 친구가 서글픈 표정으로 이야기 한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요.
꼰대’란?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인데 어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한 늙은이를 뜻하는 영남 사투리 ‘꼰데기’이고, 또 하나는 일제 강점기 때 백작과 자작 같은 작위를 수여 받은 친일파가 자신을 백작을 뜻하는 프랑스어 콩테라고 불렀고, 사람들이 이를 비하하며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둘 다 나이와 권위가 있는 사람, 즉 연장자이자 윗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썻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이 서열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윗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듯 한데, 어른으로서 책임 지고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권위와 나이만 내세워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 꼰대입니다.
‘꼰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직급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현재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세월과 고통과 노력이 따랐을 것입니다. 그 경험 안에서 세워진 스스로가 믿게 되는 ‘신념’이 생기게 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강한 믿음인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게 될 때 꼰대의 대열에 가까워집니다. 또한 한국사회처럼 나이가 서열이 되는 사회에서 나이차가 있는 관계에서 수평적 소통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존대말과 반말이 확연히 구분되는 언어체계를 가지고,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 문화를 경험한 비율이 확연히 높기 때문에 꼰대화 되기 쉽습니다.
매일경제에서 소개한 간단한 꼰대 테스트에 가볍게 체크해 볼까요?
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반말을 한다.
2. 요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 불평불만만 하는 것 같다.
3. 00란000인거야 식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4. 후배의 장점이나 업적을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그의 단점과 약점을 찾게 된다.
5. 내가 너만 했을 때를 자주한다.
6.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솔직히 거슬린다.
7.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간부, 유명인들과의 개인적 인연을 자주 이야기한다.
8. 커피나 알아서 대령하지 않거나, 고기집에서 고기를 굽지 않아 기어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후배가 불쾌하다.
9.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 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보면 내가 답을 이야기 한다
10. 후배의 옷차림이나 인사예정에 지적할 수 있다.
11. 내가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12. 연애사 등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 선배로 답을 알려주고 싶다
13. 회식이나 각종 모임에서 개인사로 자주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
14.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기 못한다.
15.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0~2개 : 당신은 성숙한 어른
3~5개 :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습니다
6~11개 : 꼰대 경계경보 발령
12~15개 : 자숙기간 필요
출처 : 매일경제,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위의 테스트는 재미삼아 해보는 것이고, 진짜 꼰대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듣지 않는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배우지 않는다
배우기보다 많이 가르치려고 한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과거의 성공담으로 우려먹는다.
버리지 않는다
현재 누리고 있는 기득권과 지위에 의존한다.
즉 잘 듣지 않고, 배우지 않고, 무엇인가를 버리지 않는다면 꼰대임을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꼰대임을 고민했던 제 친구를 얼마 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보다 많이 변했더라고요. 후배에게 자율권을 주고, 일을 넘기고, 오히려 후배 칭찬을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기억은 안납니다)
“ 네가 꼰대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거 보니까 꼰대 아니네.
진짜 꼰대는 그런 고민도 안 하거든? “
이상하게 이 말에 기운이 나서,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봤더니 세대 이슈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후배를 신뢰하지 못하는 아주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이슈였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세대를 구분해서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모든 다름을 바라보기 전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도리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교훈을 이 친구를 통해 제가 오히려 얻게 되었네요. 자칫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세대의 이슈와 그룹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엉켜버리기도 하거든요. 🙂
혹시 내가 꼰대인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당신은 진짜 꼰대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독자분들 건강 유의하시고, 재미와 의미 가득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Be Wodian
Grace Choi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