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내에서 친구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이상해서 자초지종을 물었지요. 그날 아침 본인이 3개월 넘게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다른 나라의 부서에도 관련 내용을 뿌렸는데 갑자기 홍콩과 중국 지사에서 반대의 의견을 내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은 아무런 반대가 없다가 런칭하는 당일날, 갑자기 메일로 일방적인 ‘No’를 표시하는 동료에게 그녀는 화가 많이 나있는것 같았어요. 상사에게 즉각 이 상황에 대한 내용을 알렸지만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부서끼리 큰 소리를 내서 싸울 수도 없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보자고 했었답니다. 상사마저 특별히 도움이 안되는 이 상황이 본인에게는 너무나 큰 무기력감으로 다가왔었다고 밥 먹는 내내 하소연을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 나니, 지난 3개월 동안 고생한 노력이 더 크게 느껴졌고 저 역시도 (잘 모르는) 그 홍콩과 중국지사의 사람들에게도 서운함과 화가 느껴지더군요. 물론 한쪽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니까 전체적인 상황을 다 알수는 없지만, 캠페인 시작 당일에 No 사인을 준것은 분명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에티켓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화의 중반까지 위로, 응원, 그리고 맞장구 (그 사람들 정말 나쁘구나! 왜 그랬다니 정말!) 등을 나누고 나니 점심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소를 옮겨 30분 정도 남은 시간동안 커피 한잔을 하기로 하고 조용한 커피숍으로 옮겼지요. 배도 부르겠다 (배가 고플때는 외부의 짜증이 몇배로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 커피향도 좋은 조용한 곳으로 옮겼겠다, 하소연도 같이 듣고 맞장구도 좀 쳤으니 이제 분위기를 바꿀때가 된것 같아서 친구에게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그래 이제 좀 어때 기분이? 아까 보다 좀 나아졌니?’
‘응 아까 너 만나기 전에는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속상하고 짜증이 났는데, 너랑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나니 마음이 좀 풀려’
‘그럼 우리 남은 30분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너의 그 ‘나쁜’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 그런 동료들로 인해서 ‘속상한 네 마음’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로. 이를테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또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할까, 아니 이런 사건이 안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말이야’
‘그래 이제 그 이야기를 해도 좋겠어.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면 그 동료들과 통화를 해야 하거든.’
그리고 나눈 우리의 30분 대화에서 정리된 3가지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혹시 이번주, 제 친구와 비슷한 상황을 일터에서 겪으신 분이 있다면, 이 대화의 내용 중 일부라도 도움이 되어 드렸으면 좋겠네요.
1.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상대가 No 사인을 준 이유에 대해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진상 규명을 해본다. 왜 당일에 No를 한 것일까, 혹시 그 전에도 나의 제안에 불편한 기색 혹은 No와 비슷한 시그널을 보였지만 내가 눈치를 채지 못한것은 아닐까? 중국과 홍콩 팀의 사람들 중에 나에게 조금이나마 힌트를 줄 수 있는 동료들을 몇명 정해서 그들과 통화나 메신저를 통해 그쪽의 동향을 알아본다. 최대한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객관적 정보의 취합과 원인 규명’ 이므로 당사자의 마음이 아니라 제 3자의 마음으로 정보를 모아 정리해 본다.
2.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문서화 한다: 전화로 동의를 분명히 여러번 구했다고 했지만 명확하게 문서화 해두고 싸인을 받아두지 않았던 부분들이 지금와 보니 미흡해 보인다. 심지어 상사와 함께 했던 미팅에서도 구두로만 허락을 받아서 넘어갔던 부분도 많은데, 이런 부분이 두달의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서로의 기억이 왜곡되는 경험을 배웠다. 의견을 정리하고 쉽게 기억하도록 정리하는 것을 절대 소홀하게 하지 않겠다.
3. 들고 있는 ‘뜨거운 석탄’을 손에서 이제 내려 놓는다: 원인 파악을 해보면 상황의 곳곳에서 스스로가 놓쳤던 부분이 발견될 수도 있고, 아직 까지는 몰랐던 그쪽 부서의 나름의 고충과 복잡함도 이번 기회에 배워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속상하다고 혼자서 외롭게 울거나 허탈함을 느껴봤자 실상 바뀌는 것은 없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만 고갈되고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활활 타는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면서 몸이 데일것 같이 아프다고 느끼지 말고 스스로 먼저 이 상황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라. 그리고 무엇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가 부족한지를 명확히 확인하는 배움의 기회로 삼아 보자.
친구와 보냈던 그 64분의 점심 시간동안 저도 같이 감정의 곡선을 탔지만,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나는 친구의 모습이 조금 편안해 보여 마음이 좋아졌습니다. 일터는 그런 곳이지요. 열심히 해도 보상 받기 힘든 날도 있고, 본심이 다 전해지지 않아서 허탈함도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결국 진심은 통하고, 그 넘어짐 사이에서 우리는 성장하니까 다 괜찮을 거예요. 넘어지면서 걷는 방법과 뛰는 방법을 익히는 아이들 처럼, 우리 어른들도 그런 날들이 있을 수 있다고 기억만 하면요.
이번 한주도 수고하셨습니다. 주말에 즐겁게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하시고 새롭게 다음주 시작해 봐요!
토닥 토닥.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