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 모두를 비롯해, 전 세상은 공포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새해에 계획의 기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천해보고자 ‘으싸 으싸’ 했는데, 1월이 끝나기도 전에 한 치 앞 미래도 예상치 못하게 되다니요.
사실 건강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크지만, 불편한 진실은 중국과 엄청난 규모의 거래와 경제적 무역규모를 가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연관되는 수많은 산업에 대한 연쇄적 효과입니다. 이 영향력 안에서 나도 내 가족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란해집니다. 박쥐와 박쥐를 먹는 중국인들을 탓해보아야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는 또 이 상황 안에서 안전하고 민첩하게 각자의 방법으로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하는 큰 숙제가 주어졌네요.
시간별로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거 참… 연초부터 난리가 났구먼’ 하며 혀를 차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획대로 예측이 어려운 상황, 그리고 돌발적 변수를 대응하거나 그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넘겨야 하는가가 과거부터 인간의 역사에서 준 ‘참 교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획이라는 것은 장기, 중기, 단기라는 것이 있는데, 기업에서는 수년 전부터 중-장기계획에 시간을 쓰기보다, 시장의 반응을 민첩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기획하고 출시하고 테스트하는 ‘애자일(Agile)’을 시도해왔습니다.
애자일은 원래 미국의 IT 개발자들에서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시작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방대한 계획 수립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고객 니즈를 따라잡기에 한 발 뒤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과 시장의 변화 속에서는 긴 호흡보다 짧은 호흡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로 해보고 피드백을 받고, 이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 유연하고 지속적인 진화를 만들어 가기에 유효하다는 것을 많은 기업의 케이스로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한 치 앞 날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 가운데, 계획이 변수를 만났을 때 민첩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 워디랩스가 애자일에서 빌려온 지혜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빨리 받아들인다
안 만났으면 좋았을 변수를 마주했을 때, 예측하지 못한 사태는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특히,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은 인간의 이성적 기능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곤 합니다. 부정적 감정을 키우며 스트레스 상황을 음미하는 것은 이 변수를 돌파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TED의 스타 강사면서 세계적 석학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 ‘사실충성성’,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지칭)에서 극적인 세계관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심리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극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과도하게 만들어진 세계관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말 그러한지 팩트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것을 흡수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어야 방향을 잃고 헤매지 않는다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면, 더도덜도말고 있는 그대로를 빠르게 파악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그다음이 보일 수 있습니다.
2. 옵션 B, C, D를 찾는다
그러고 나서 해야 할 것은 플랜 B를 찾는 것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변수 앞에서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다면, 아쉽지만 할 수 없는 것은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래 하고자 했던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외에 염두했던 옵션은 무엇이 있었는지, 다른 툴로는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 다른 누구에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지, 못하게 된 그 시간에 더 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에 대해, 계획의 이해관계자들과 아이디어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최악의 시나리오’ 또한 그려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워디레터_실패시나리오의 힘)
3. 잘 버틴다.
상황을 차분하게 팩트에 기반하여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찾아낸 옵션들을 짧은 호흡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버티는 힘입니다. 사실 버티는 것은 말이 쉽지 정말정말 어려운 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버티며 기다려야 한다면, 제대로 잘 버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넓은 시야와 건강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변수에 맞추어 수정 보완한 계획을 짧은 호흡으로 가져가되, 시야는 멀리 두어야 잘 버틸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이 또한 지나가게 하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순리입니다. 나를 당황스럽고 괴롭게 만드는 이 변수도 내가 세운 계획에서는 장애물이지만, 이 시기를 넘겼을 때에 긴 안목으로 보면 다르게 해석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 영원히 머물게 되는 일은 없으니, 시야를 저 앞에 두고 조금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잘 버티기 위해서는 건강도 매우 중요합니다. 버티는 것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 힘은 건강해야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스스로의 건강 민감도를 조금 높여서, 나의 몸은 건강한지, 나의 마음과 정신은 건강한지, 그래서 버틸 만한 충분한 에너지가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에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2020년 1월, 지난 한 달간 ‘계획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한 레터의 콘텐츠는 마지막 주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일찍이 계획에 없었던 내용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계획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한 방 먹은 느낌이지만, 어쩌면 이런 과정 또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세우신 독자 분들의 계획들은 애자일 하게 움직이며 영리하게 달성해 나가시기를 바라며, 워디랩스 팀의 인사이트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터를 보냅니다.
2월은 ‘몰입의 기술’을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마스크 꼭 챙기시고,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Be Wodian,
Grace & Elli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