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시어머니와 짬을 내어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내 나이가 육십이 넘고 나니 특별히 바쁜 일도 없고, 나를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간은 오늘도 이리 흘러는 것 가는데, 가는 시간이 아깝지만 바둥거리고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쭉 지내다 곧 할망구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시리구나. 뭐라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다 죽어야 할 텐데… ”
하고 한동안 말씀을 멈추시더라고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인지 느껴지니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인간의 생애주기를 보았을 때, 20~40대는 한창 바쁘고 시간을 담보삼아 밥벌이하고 그래서 늘 시간에 쫓기듯 지내지만, 그 시기가 지나버리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즉 경제활동을 하는 삶과, 경제활동이 없는 삶에서 느껴지는 시간에 대한 몰입감과 삶의 밀도에 꽤나 큰 갭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저희 아버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고속승진으로 올라갔다가, 40대 후반에 고속으로 명예퇴직을 하셨습니다. 너무 빨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이후 이런저런 일을 시도했지만 매번 잘되지 않았고 곧 위험한 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는데 십수 년을 고생하셨지요. 돌이켜보면, 그 시기 일을 잃었던 슬픔은 생각보다 커서, 꽤 건강했던 그의 몸을 병들게 했을 정도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병마와 싸우며 했던 것은,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일거리’라도 어떻게든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수험생처럼 영어를 공부하고, 딱히 필요도 없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를 습득하기도 했지요. 불경과 성경책을 심지어 주역까지 여러 번 독파했으며,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예전에 하던 일의 전문성을 살려 각종 무료 상담을 해 주기도 했지요.
결국은 그 ‘일’들이 그를 다시 살렸습니다.
일의 정의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지만 일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다년간 운영한 사람으로서 제가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과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재화를 획득할 수도 있고, 심리적 만족감과 일상의 규칙을 만들 수도 있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영위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몰입을 연구하는 학자 중 가장 저명한 사람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일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언제 몰입하고, 왜 몰입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몰입의 의미에 대해 평생 연구했고 산타할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지요. 그의 연구를 짧은 식견으로 감히 정리해보자면, ‘몰입에 다다르는 <일>을 하는 자가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인데요.
그의 연구와 위의 제 가족들의 이야기를 버무려 본다면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전제조건은 ‘일’이고, 그 일은 충만한 몰입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몰입감을 주는 일이란 과연 무엇이고, 과연 그 몰입을 일상을 바삐 살아가는 우리가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경험수준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시도해 보아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몰입의 기술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나누어 볼게요. 기대해 주세요!
Be Wodian
Grace Choi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