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그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열흘 동안 버밍험-에딘버러-버밍험을 왔다갔다 했던 일정이었어요. 버밍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 시댁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차로 6시간을 운전해 에딘버러로 올라갔지요. 친구 커플이 결혼하는 장소는 아름다운 고성같은 아주 큰 저택이었어요. 백 파이프, 위스키, 버터 비스킷 그리고 킬트 (스코틀랜드 전통의상)까지.. 결혼식은 스코틀랜드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답니다.
영국은 지난 몇년간 많이 왔었지만 스코틀랜드는 처음이라, 에딘버러에서 결혼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부터 마음이 설레였지요.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중심으로 움직였기에 시내를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가 만난 에딘버러는 정말 너무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첫날은 들고있는 핸드백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과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날씨가 차차 개어갔어요. 저 위에 메일 상단에 보이는 잔디밭 사진이, 떠나기 전날의 풍경이었답니다. 흐린 하늘에서는 모두 바삐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는데, 하늘이 개니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개는 것 같았어요. 병아리처럼 햇빛을 등에 가득 담고 남편과 함께 시내를 하루 종일 걸었어요.
에딘버러 성에 올라서 시내를 쭉 내려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지요. 올드타운 중심으로 있는 건물들은 최소 몇백년 이상의 건물들이예요. 잘 닦여진 도로를 가로지르는 버스와 트램 그리고 그 뒤로는 시간의 흔적이 뚝뚝 묻어나는 건물들이 서로를 해하지 않으며 아름답게 공존합니다. 모든 것이 매해 바뀌고 부시고 새로 짓는 것이 일반화 된 싱가폴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성 바깥의 길은 로열 마일 (Royal mile)로 중세때에는 오직 귀족과 왕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거리였어요. 지금은 관광객과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요.
“이 건물들을 지었던 사람들을 누구였을까? 각 층의 사람들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었을까? 건물 밖에서, 안에서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지었을까?…”
오래되었지만 아주 잘 보존된 건물과 길을 걸으며 시간 여행을 하면서 거리를 구경했습니다. 조앤 롤링이 에딘버러에서 해리포터 이야기를 쓰고 마무리 진건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 같아요. 올드 타운 중심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상력이 풍부해 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에딘버러에서의 4일은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장들과 생각에 많은 쉼표를 넣어주었습니다. 영국에 오기전에 싱가폴에서 짐을 싸고 여행을 준비한게 단 이틀, 한국에서 일정을 마치자 마자 집으로 돌아와 다시 영국으로 출발 했으니, 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바쁜 스케쥴을 강행하느라 소화되지 않은 채로 머리와 심장에 가스가 차 있었는데, 에딘버러의 공기는 그 무거운 가스를 시원한 바람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은 덤으로 제게 많은 물음표도 넣어주었어요. 대부분은 제 삶에 대한 질문 이었고, 미래에 대한 생각이었지요. 아, 조금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단어도 툭툭 튀어와 제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두더지’ 같은 거요. 저는 두더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무관심’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두더지 가족’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두더지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은 적도 한번도 없고, 실제 두더지를 본적도 없습니다. 저에게 두더지에 대한 기억은.. 그 학교 분식점 앞에 있던 뿅망치로 두들기던 그 두더지들.. 머리를 내리치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그 기억 밖에 없는데 말이지요. 신기하고 생뚱 맞죠? 왜 그런 물음이 제게 왔을까요..? 두더지와 에딘버러의 공통점은 거의 제로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_*
마르셀 프루스트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곳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데 있다.’ 고요. 저는 여행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여행이란 마침표를 풀어, 쉼표와 물음표를 넣어주는 과정이다’ 라고요.
딱딱하게 굳혀진 신념에 부드러운 쉼표도 넣어주고, 깃털보다 가벼운 물음표도 던져주는 것이지요.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쉼표가 길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금의 당장의 정답이 아니라, 여행 후 돌아갈 처소에 어떤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가가 목적이니까요. 떠날 때와 돌아왔을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쉼표와 물음표로 새롭게 리셋이 되었는가.. 그 질문이 더 멋있는 질문 같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고, 여러분도 조만간 배낭을 매고 떠나시겠지요? 돌아오시는 길, 그 배낭안에 쉼표와 물음표로 가득 채워 오시길.. 저처럼, ‘두더지 가족’에 대한 상상도 좋고요. :^)
자 그럼 Bon voyage!
Happy branding,
Jasmine
P.S 여행을 다녀오시고 제게도 여러분의 여행 후기를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두더지’는 무엇이셨는지 나누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