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SBL 지니입니다. 오랜만에 뉴스레터로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한국 도착해서 선선한 날씨를 온몸으로 맞으며 ‘아, 이런게 바로 가을날씨지!’하면서 감동하고 있었는데, 바로 태풍 소식이 들리네요. 모두들 큰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국행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였습니다. 8년여의 싱가포르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글쎄요..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것이므로..) 귀국을 했거든요. 지난 몇주를 끝도 없는 짐정리와 청소, 작별인사로 보내고 마지막 날까지 여러가지 정리로 바빴던지라 막상 싱가포르에서는 떠난다는 서운한 마음을 제대로 느껴볼 겨를도 없었던것 같은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싱가포르와는 사뭇 다른 가을 날씨를 맞으니 이제 정말 돌아왔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군요 🙂
모두들 만류했던 첫 직장 퇴사를 과감하게 감행하고, (뭐 정리할것이나 있었나싶지만) 마음의 정리를 빙자한 여행으로 몇개월을 보내고 나서 2008년 겨울 다시 구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한게 있는데 설마 취직 못하겠어?’라고 쉽게 덥벼든 제 생각에 일침을 가하듯 구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너무 무모하게 퇴사를 한건가’하는 후회도 들기 시작했지요. 남들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여러가지 방도를 고민하던 끝에 싱가포르행을 결심했고 지금도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하는 2009년1월13일, 저는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있었습니다. 출국 전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앞으로 펼쳐질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눈물과 함께 한번에 터져나오더라구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렇게 세상 못생기게 펑펑 울고(공항에서 저같은 사람 만나면 무슨 사연이 있는가보다..하고 조용히 지나쳐주세요..), 언니의 위로와 화이팅에 마음을 추스리고 싱가포르에 갔더랬죠. 싱가포르에 왔다고 모든것이 순탄하게 이루어진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운좋게도 헤드헌터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제가 감히 천직이라 부르는 그 일을 만나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즐겁게 일하고 커리어에 있어서도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또 그 일을 통해 SBL에 조인하게 되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구요.
싱가포르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간다하니 많은 분들이 ‘왜 가느냐, 환경이 많이 다를텐데 괜찮겠느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우려섞인 질문들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라’라는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사실 한국으로 가기를 결정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이기도 했습니다. ‘적응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한국에서 어려워했던 부분들은 아직 그대로인데 그것들을 잘 보듬고 갈 수 있을까? 한국 시장은 오히려 잘 모르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경력의 대부분을 싱가포르에서 쌓았다보니 마켓도 그곳이 더 익숙하고 모든 네트워킹도 싱가포르에 있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이 어려울수도 있었던 결정을 의외로 크게 어렵지않게 하는 저를 보며, 저도 적잖이 놀랐었어요. 누구보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사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이런 결정을 하게 될 순간이 오게될거라 생각지 못했고, 혹여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분명히 싱가포르에 남는쪽을 선택할 것이라 믿었었거든요. ‘내가 싱가포르에서 너무 오래있었나? 갈때가 된건가?..’ 선택은 했지만 저 스스로도 설득력있는 이유를 찾지 못하던 차에, 싱가포르에서 마지막으로 강연자로 섰던 취업 설명회에서 참석자분의 질문에 답을 드리다가 ‘아 이거였구나!’하며 저 스스로의 답도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희가 브랜딩미 강의에서 얘기하는 4S중의 두번째, Soil(토양)에 관한 이야기로 그때 답변을 대신했었는데요. 해외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처음으로 드리는 질문이 ‘왜 해외에서 일하고싶으냐’예요. ‘한국에서 취업하기가 어려우니까, 남들도 하니까, 나중에 더 좋은 회사에 가려고..’ 이런 이유로 해외취업을 하고싶다고 하시면 저는 다시 생각하시라고, 아니 좀 더 냉정하게는 해외취업 하지 마시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도피성으로 또는 남들 따라서 맹목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길고 힘든 과정이고, 그 끝에서 무엇을 얻어야할지도 모르기때문이지요. 나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것, 하고 싶은 것..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고 그것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 해외라면, 나라는 씨앗이 가장 잘 클 수 있는 토양이 해외라면 그때 도전하시라고 얘기합니다. 해외 시장이 누구에게나 잘 맞고, 옳다고 할 수 없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저를 담은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토양이었어요. 한국에 있었더라도 씨앗은 어떻게든 싹을 틔웠겠지요. 하지만 그때 제가 가진 씨앗으로 같은 결과를 얻기위해 훨씬 더 부단한 몸부림이 필요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싱가포르의 케미가 잘 맞았다고하면 설명이 될까요? 🙂 취업 설명회에서 답변을 드리면서, 지난 8년 싱가포르에서 잘 보듬은 씨앗이 새싹을 틔우고, 이제 그 새싹은 더 큰 줄기로 자라기위해 새로운 토양이 필요한 때가 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변화였기에 나를 받쳐주었던 토양과의 작별도 큰 힘 들이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토양이라는 것이 비단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난 시간을 마무리하는 기회를 가지며 싱가포르를 포함해 제가 지나왔던 학교, 친구들, 동아리, 인턴쉽, 직장, 가족.. 저를 잘 키워준 이 모든 토양들에게 감사, 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거쳐 더 씩씩하고 강한 새싹이 된 제가 대견스러운 마음도 쪼~끔 있었구요, 하핫 🙂
저는 이제 새롭게 쓰는 한국에서의 생활들과 또 자스민과 그레이스가 함께 있는 예쁜 꽃밭(텃밭인가..?)에서 다시 뿌리내릴 저의 다음 챕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어떤 무대를 만나더라도 나만의 역량과 색깔로 그 무대에서 제 역할을 꽉차게 해내고 싶다는 각오를 한번 더 다집니다. 여러분의 무대는 어디인가요? 그 곳이 어디이든, 우리 그 무대를 내려올때 후회없도록 열심히 해보아요!
Happy Branding,
J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