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ace입니다. 어느덧 밤에는 보일러를 틀어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쌀쌀한 계절이 왔네요. 차가워진 계절만큼 제 마음을 차갑게 만드는 한 분이 있는데….
지난여름 회사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치러내느랴 더위와 함께 밤낮없는 업무로 불태우고 마치 연탄이 다 타버려 하얀 재가 되듯, 정신적 탈진 상테에 빠진 제 남편이 주인공입니다. 이런 현상을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H.프리덴버그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이름짓기도 했는데요. 그는 대표적인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증상이요?
일단 거의 대부분의 일에 의욕 상실 상태입니다. 원래는 아무리 피곤해도 주말에도 뭔가를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제가 100번 말해도 요즘엔 듣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한달 동안 일하는 척만 했지, 진도가 나가는 일은 없다는군요. 눈은 늘 충혈상태이고, 특별히 많이 먹는 건 없지만 몸이 늘 부어 있습니다. 원래도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엔 더욱 심각합니다. 저희집은 주택이라 저녁에 경비시스템을 돌려놓고 자곤 하는데, 가장 일찍 출근하는 남편이 해제를 해야 시스템이 돌아가는데요. 아침에 그냥 나가버려 새벽부터 세콤에서 출동까지 한 경우가 일주일 사이에 무려 세번이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계산력은 물론이고, 상표이름 등을 기억하는 인지기능도 현저하게 떨어졌어요.
이쯤 되면 심각한거거든요.
아무리봐도 평소와는 달라서 지난 주말에 같이 컴퓨터에 앉아서 번아웃 증후군의 인터넷이 떠도는 진단을 같이 해 보았습니다. 총 21단계 중 남편은 18단계가 나오더군요. (매우 심각수준이에요)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겠어요? 링크: http://goldsaju.net/burnout/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히 일의 강도가 높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정신적 탈진상태이기때문에, 어떤 일에 의미를 상실했거나 업무적으로 배신?을 당했거나 내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무기력감을 느낄 때에도 정신적 탈진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팀의 일을 먼저 챙기면서까지 전체 프로젝트에 행여 구멍이 날까 열심히 했지만, 부서이기주의와 회사 내 정치에 염증을 느끼며, 아무리 해도 의미없다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면서 일에 대한의욕 + 삶에 대한 의욕 + 몰려오는 신체적 피곤함 + 정신적 스트레스의 쓰나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번아웃증후군은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거라 그저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주겠지, 괜찮겠지하고 넘기는것이 보통인데요. 자칫하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그저 방관만 해서는 더 키울 수있고, 같은 상황이 다시 왔을 때에도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악순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만난 옛동료이자 지금은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1. 휴가를 최대한 빨리 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봅니다.
2. 몸은 휴식이 되었는데 정신적으로 우울한 무엇인가가 남아있다면
3. 몇 주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몸이 아닌, 마음이 아픈 것은 쉽게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도 몸과 같이 반드시 적시에 치료하고 돌봐줘야 하는 영역입니다. 남편과는 위 스텝을 모두 밟기로 이야기 했습니다. 일단 쉬어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제가 평소 알고 지내는 상담사분과 연결시켜 드릴 예정입니다.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하니, 유선으로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정신줄 어디 놓고사는지 탓하기 바빴는데, 상태를 알고나니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야 인지하고, 노력해보는 단계이지만 좋은 결과가 있다면 또 그 과정에서 러닝포인트가 생기면 공유해 드릴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우리 독자분들 중 저희 남편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이런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의 안도현 시의 구절처럼..
연탄재처럼 마음이 타버렸다는 것은 그 만큼 무언가를 위해 불태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당신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 모든 과정이 삶의 소중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잠시 쉬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Grac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