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면 이런 말을 꽤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 음.. 제 경험으로는.. “
“ 아.. 그건 제가 실제 해보니… “
그렇게 시작하는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은 겸손한 척? 하며 타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고, 경험해 보니 썩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대적 의사 표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 닥칠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긴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하고, 때로는 특수한 개인 경험을 근거로 일반화하여 판단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만나는 너무나 고집스러워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되는 인생의 선배들도 더러 있는데, 그분들 역시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경험으로 세상 일을 평가하는데 능란했던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그들을 따라 하고 있는 모습에 섬뜩했습니다.
데이비드 붐의 ‘창조적 대화론’이라는 책은 몇년 전 읽으면서 무릎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책이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창조적 대화란 판단을 유보하는 과정이라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타인과 대화를 하는 과정 내내 우리는 수 많은 판단과 평가를 내립니다.
마음속으로 내리는 것에 모자라, 대화 중 가로막아 비판하기도 하고 따지기도 하고 타인의 생각과 경험을 자신이 경험한 세계 안에서 해석해 버립니다.
진정한 대화의 기술이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판단 평가 없이 오롯이 그 내용의 객관성만 바라보고, 그 내용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데 자신의 경험을 입히는 것입니다.
즉 경험은 누군가의 의견이나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서 좋으냐 그르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바보같은 아이디어일지 모르지만,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현실화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요.
다가오는 2017년에는.. 제 ‘경험 상’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말로는 절대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기로 마음먹어 봅니다.
그러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의 질도,
이제껏 경험해 보질 못한 것을 도전할 일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