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워디 뉴스레터 독자여러분.
요즘에 저는 워디북 (워크 디자인 북- 가제)를 위한 프로젝트를 돌리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책 안에 같이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를 실제 사례로 이해하고 소개하기 위해서, 1:1 전화 인터뷰/ 코칭 세션을 진행 하고 있어요. 지난 주 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2-3명의 사람들과 일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서 듣고 같이 분석해 보고, 해결점이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석의 코칭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 한시간이 나름 치열하게 쓰여, 탄광에서 보석을 캐듯이 케이스를 알아내고 분석하는데 정말 좋은 리서치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1시간의 콜 끝에, ‘시각의 전환, 새로운 인식’ 같은 피드백을 주셔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고요. 책을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을 했지만, 한켠 이 프로젝트를 ‘평생 프로젝트’로 가지고 가면 어떨까 고민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일을 통해 느끼는 두려움, 기쁨, 슬픔, 분노,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저에게 쏟아지는 이 방법론이, 힘은 들고 어렵기는 하지만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지난 주에 만났던 분들의 모든 이슈가 우리의 얼굴 생김새처럼 똑같은 것은 없었답니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각자의 조건이 다르고, 각자의 희망도 다르니까요. 아직 연구 중이라,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제가 관찰하고 다시 확인하게 된 한가지 인사이트를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일과 연애는 닮아 있다. 묘하게.
일이든 연애든, 시작은 상호의 합의에서 시작이 되죠. 회사와 구직자의 일방적 짝사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연애와 다르게, 일과 인간은 경제력의 제공 (한편은 시간과 노동력으로, 한편은 재화로)으로 묶여 있는 합의된 계약서를 기반으로, 법적 효력을 가지는 관계에서 시작을 하지요. 분명 둘이 악수를 한 겁니다. 뭐 엄청나게 흡족한 마음은 아닐 수는 있지만, 나름 기쁜 마음으로요. 그러나 이런 ‘쾌락적응’ (기쁜 일에 대한 충족감)은 오래 가지 않지요. 부서에 대한 비교, 연봉에 대한 비교, 사람에 대한 비교 (특히 상사!), 자신의 싸인해서 기꺼이 하겠다는 그 ‘일’에 대한 비교로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시간이 갈 수록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연애 때문에 내 인생이 무의미하고 건조하다 믿었지만, 연애를 하고 나면 내 인생의 발목을 잡는게 연애 같이 느껴지는 것 같은 논리..
그런 재미없는 날들이 지속되던 어느 날, 어렵게 일어난 월요일 아침에 커피를 픽업해서 회사에 출근하면서 마음을 먹게되죠.
‘이런 일이라면, 그냥 그만두는 것이 낫겠어’
그리고 일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다 꼬질하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초라하고 형편없고, 매일 그 회사에 출근해서 그 일을 꾸역꾸역 해내는 자아가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마치, 자기가 오랫동안 쫒아다녔던 남자와 혹은 여자와 함께 연애를 해보니, 그 사람이 가진 성격, 조건, 집안, 취미가 하나도 맘에 안들어 불만을 표시하는 것 처럼요. 더 죽겠는건, 다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훨씬 더 나아보이는 것이죠. 팀 분위기도 좋고, 승진도 제때 하는 것 같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분명 나보다 연봉도 높은것 같은 비교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학생때 아무리 냉정히 비교해도 못생긴(?) 친구가 나 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그때의 배신감 처럼, 나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하는 친구가 나보다 학벌, 어학능력, 업무 스킬이 없는 것 같은 판단(?)이 들때 정말 견디기 힘든 좌절이 생깁니다. 답이 없는 것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보고, 비오는 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면서 친구에게도 물어봅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하고 있을까’
우리, 정말 사랑 했을까?
위의 스토리가 혹시 낯익은 분이 있으실까요? 일부 혹은 전체에 대한 공감과 동의가 일어나시나요? 제가 만난 분들의 다수가 이런 ‘스스로의 변심’ 혹은 ‘변심을 하게 만든 그 나쁜 환경’에 대해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물었지요.
‘(어찌되었던 거기서 보내신 시간이 짧지 않으니) 그 직장 생활에서 배우게 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래도 거기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있을까요?’ ‘
‘음.. 글쎄요..’
‘한 세개만 말씀을 해주실 수 있나요?’
‘세개나요?’
사건에 대한 부정적 오류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주시는게 필요할 것이란 피드백을 같이 드렸습니다. 그 대답을 콜 안에서 바로 못하셔도 괜찮지만, 나중에 이직을 하실때 면접관에게서 이 질문을 당연히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배운 것을 정리하지 못하시면 그런 연애, 그런 일들을 또 부메랑처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지 않겠냐고 물으면서요.
(우리는 모두 감정적 동물이라) 일과 관계 안에서 부정적 판단은, 곰팡이처럼 금방 피어올라 사건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잃게 만듭니다. 짜증나는 일이라는 시각에 갇히면, 직장에서 같이 웃고 즐겼던 시간은 상대적으로 번개보다 더 짧은 시간으로 느껴지고, 괴롭고 힘든 사건은 영겁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이런 좁은 시야에서도 우리가 논리적으로 사리판단이 분명하게 일들을 처리하면 참 좋겠지만, 감정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숨을 가쁘게 만듭니다. 일과 인간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 일 안에 있었던 나의 자존감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음 직장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무엇을 해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게 되지요.
콜을 통해서 제가 느낀것은, 어찌하여 이런 ‘일과 인간의 관계 회복 혹은 증진’에 대해서 우리는 한번도 교육을 받지 못했는가 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연애에 대한 내용은 수많은 코칭과 노하우가 넘쳐나는데 말이죠)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한 지식과 스킬을 습득하는데 그 열을 쏟았지, 혹시나 그 관계가 흐트러졌을때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방법은 그 누구도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느꼈어요. 일 이란 그냥 열심히 하는것, 참아 내는 것, 성실하면 되는 것 그리고 제일 많이 들은 조언 ‘다 그런것’ 이란 말 외에는 우리가 일과의 관계가 힘들어 질때 참고할 만한 스킬과 마음가짐을 어디서 배운적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맞아요, 그런 부분을 스스로 긁기 위해서 저희가 그 일을 하지요. 워디랩스의 비젼이 ‘일과 인간의 관계 회복’ 이잖아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 내 성격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 내 재능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 이 모든 요구는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닮은 일’이기를 바라는 우리의 ‘숨겨진 욕구’에서 시작된 일이겠지요. 어느 순간 맘에 들지 않는 일을 하는 자아를 발견했을때,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일과 자아가 분리된 상태에서 밥벌이를 위한 워킹툴로 시간을 죽이는 나를 발견했을때 이고요.
그러나, 이럴때 일 수록 특히 더 주의 깊게 보고 다시한번 질문해 봐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일이 ‘나를 얼마나 닮았는가, 그리고 어디가 닮지 않았는가?’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분석하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내가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았음에도 나의 향기, 그림자가 남아 있지 않은가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일과의 관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가장 빠른 질문이니까요. ‘그냥 싫다, 다 싫다’는 아주 위험한 판단일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만날 일도 이런 예측의 오류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과 연애의 시작을, 드라마와 같은 ‘운명같은 짝’ 이었다 라고 묘사한 사람이 그 관계를 마무리 할때 ‘완전한 시간낭비’ 였다라고 하는 모순이, 오늘 우리에게 있지는 않은지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