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저희 부부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작년에 결혼을 하고, 올해 정도에 임신이 되면 좋겠다 생각 하고 있었는데, 1월 중순쯤 뱃속에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소식들을 알리고, 축하를 받으며 기뻐했지만, 그때만 해도 저는 사실 임신이 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것 같아요.
임신을 테스트기로 확인했을때만 해도 몸에서 오는 반응의 변화를 잘 몰랐는데, 완벽하게 ‘임신’이라는 확인을 의사 선생님에게 받으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지독한 입덧이 찾아왔습니다. 2월에 싱가포르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의 도움없이, 남편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에 혼자서 겪는 입덧은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입덧을 영어로는 morning sickness라고 하지요. 아침에 느껴지는 구토감 혹은 어지러움을 의미하지만.. 아닙니다. 입덧은 아침에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all day sickness라고 명명을 해도 부족할 만큼, 숨을 쉬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힘든 시기. 물만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모든 냄새에 예민해져 택시를 탈 수도, 버스를 탈 수도 없었답니다. 평소에 즐겨 쓰던 향기 좋은 샴푸도 역겹게 느껴져 뚜껑 조차 열수 없고, 빈속에 무엇을 먹는 것도 고통, 안 먹어도 고통.. 그렇게 2-3월 두달을 고생을 했어요.
친구들에게 가끔 하소연을 하고 싶어 전화를 돌리면, ‘지금 힘든것 같지? 두고봐, 지금처럼 뱃속에 아기가 있는.. 임신 했을때가 가장 편할때야.’ 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언들을 쏟아내서 안도해야 할지, 무서워 해야 할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죠. 제 나이를 보면 (철도 그만큼 들었으니?)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성숙한 때라고 믿고 있었는데, 임신으로 맞이하게 되는 모든 새로운 변화는 제게도 참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보다 제게 더 큰 고민은, 이제 일, 아기 그리고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맞이 하는 것이었지요.
워킹맘이 겪는 그 모든 이슈들 (내가 일할 때 애 봐줄 사람이 누굴까, 내가 출장을 다니면 애는 어떻게 할까, 아이를 언제쯤 기관에 보내서 도움을 받을까..)이 저의 삶에 훅하고, 한번에 들어왔습니다. 육아와 일과 관련된 넘치도록 관련된 토론, 기사, 의견들을 오랫동안 보았지만 제 피부 가까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일, 아기, 나에 관련된 그 삼각관계가 이제 현실이 되었지요.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일 혹은 즐거운 일’을 해볼 수 있을까’ 라는 일차원 적인 질문에 대답을 나름대로 찾아간다고 믿을 쯤 찾아온 아기. 그리고 이제 워크 디자인의 상위 과정, 고난이도로 들어가는 ‘일하는 여자가 아닌 일하는 엄마의 삶’. 아이와 일과 나 자신. 그 세 꼭지점 사이를 부단히 달리며 그 중간이 어디쯤일지를 질문하는 ‘고민이 많은 일하는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저도 천천히 들어가는 중입니다.
얼마전에 종료한, 워디북 코칭 콜 과정에서도 다양한 워킹맘 그리고 저와 같이 조만간 워킹맘이 될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어요. 첫째 아이는 2-3개월의 육아휴직으로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키웠는데, 둘째는 이제 그러고 싶지 않다는 분, 승진을 코 앞에 앞두어 아이를 위한 휴직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최대한 휴직 기간을 줄이는 것이 좋은 것인지 고민하는 분, 난임 끝에 얻은 소중한 임신 소식에 퇴직을 선택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수시로 자문하는 분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인생의 삼각관계’에서 끊임없이 저울질 하고 본인의 환경과 조건에서 최선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 이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임신이라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저의 남편도 조금씩 가치관의 변화를 겪고 있답니다. ‘우리’ 라는 의미가 둘에서 셋으로 바뀌고, ‘행복’의 정의가 ‘성공’에서 ‘가족’으로 점점 기울고 있어요. 육아를 어떻게 하면 분담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아직 서투르지만 그 역시, 아빠의 책임감의 리스트를 하나씩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수많은 조율과 배려 그리고 서로를 위한 신뢰등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 같아요.
오늘로 임신 20주.
임신 과정의 중간 반환점을 통과하는 이때, 삼각관계의 질문으로 ‘나는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육아와 동시에 일에서도 충분히 만족 할 수 있을까?’ ‘엄마나 아내 이기전에, 나는 나로써도 그대로 존재 할 수 있을까?’를 오늘도 묻고 고민합니다.
지난 20주 동안 사실, 아기를 위해 태교는 커녕 일을 우선순위로 놓아두고 시간을 보냈는데 글을 쓰며 요즘 저의 화두를 같이 나누고 나니, 평생 한두번 겪을 이 임신과정을 조금 더 음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제 생각을 기뻐하는지 글을 쓰는 중간 중간에, 뱃속에서 아기가 톡톡 신호를 보내옵니다.
마치 오늘 아침, 아기가 제게 알려주는 것 같아요. 새로운 생명을 품는 다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 이라고요. ‘더 나은 일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구요.
실수 많고, 눈물도 많은 초보엄마의 삶으로 그 인생의 새로운 삼각관계안으로 저도 이제 들어갑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연애도 둘 사이의 밋밋한 관계 보다 삼각 관계가 될때 훨씬 익사이팅(?)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생기자나요? 아직 제 인생의 삼각관계를 얼마나 잘 핸들링 할지, 과연 핸들링을 할 수는 있을지.. 완벽한 기대와 확신은 없지만, 제가 가진 조건과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결심합니다. 쓰러지는 날에는 그 쓰러짐 안에서 배우고, 아이를 통해 살아나는 날에는 그 살아남으로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풍요로움을 맛보면서요.
이 아침, 삼각관계의 꼭지점을 부지런히 돌고 있는 워킹맘 그리고 워킹대디를 모두 응원합니다. 새로운 생명을 삶으로 초대해, 분투 노력하는 인생. 칭찬과 존경을 받아 마땅하니, 오늘 출근길에 맛있는 커피 한 잔 스스로에게 선물해 주시면 어떨까요..? 🙂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꼬르륵 거리는 것이 밥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네요. 일단 토스트를 구워 한 조각 먹고, 저도 오늘 하루도 즐겁게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봄날 되세요!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