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워디랩스 지니입니다. 이젠 제법 ‘덥다’는 느낌이 드는 날씨네요. 이러다 정신차려보면 성큼 여름이 눈앞에 와있겠지요? 숨 턱턱 막히는 힘든 날씨가 오기전에 놀러가고싶은 이 날씨, 해진 후 야외에서 맥주 한잔 하고싶어지는 선선한 바람을 마음껏 즐겨야겠어요.
네.. 뭐.. 말은 이렇게해도 사실 논다는 결심도 잘 지켜지지가 않는 요즘이기는 합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전시도 자주 보러다니고, 좋아하는 공연도 많이 봐야지..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시, 공연은 커녕 영화 하나 제대로 본적이 없다는 생각에 이건 아니지 싶더라구요. ‘이러다 좋은 시간 다 가겠다.. 좋아하는 문화 생활 할 여유도 없이 뭐하는거냐..’ 싶어서 생각난 김에 지난주에는 대학로에 가서 연극도 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학로의 신선한 공기와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느끼며 기분 전환도 되고, 새삼 공연을 좋아했던 저도 떠올랐어요:) 중고등학교때 늘 장래희망에 ‘공연기획자’라고 썼을 정도로 공연에 매료됐던 적이 있었거든요. 예술적인 능력은 꽝이라서(슬프지만 사실이고 현실입니다..) 무대 위의 저를 상상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공연을 기획하는 제작자가 되고 싶었어요. 공연도 좋지만,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무대 뒤를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대고, ‘그곳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공연이벤트학과’가 궁금해서 지방에 있는 학교에 교수님을 만나러 시외버스를 타고 갔던 생각도 나네요. (충주, 청주도 구분 못할때라서 고생하며 버스를 타고 또 타고했던 기억이..)
‘그래.. 그때의 나는 그랬었는데..’
그런 가슴설레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또 언제였을까?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언가를 신나게 할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본 공연 덕분에 내 가슴을 뛰게만든 그 무엇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공연에 매료되었었고, 여행을 즐기고, 언어에 관심 많고, 사람도 좋아합니다. 배우는것, 대화, 책, 영화, 춤, 오렌지색, 액세서리, 다양성, 정리, 줌바, 수학, 운동, 자기계발, 운전, 햇볕, 광고… 참 일관성이 없다 싶을만큼 다양한것들을 좋아하기도 하네요 저는 🙂
한번 더 질문을 던져봅니다.
왜 이것들을 좋아할까? 공연이라는 것의 어떤 특성이 나를 신나게할까?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저 단어들이 나에게는 무슨 의미일까?
각각의 단어마다 ‘왜?’라는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니 그 단어 안에 숨겨진 저의 본심(?)이 좀 보이더라구요. 저는 공연에서 표현되는 예술성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연습하여 완성하고, 마지막에 ‘짜잔!’하고 내놓을 수 있는 그 과정을 좋아한것 같아요. 시작과 끝이 있고 결과물이 나오는 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성 작업에서 만족을 느꼈던것 같아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제로에서 만나서 같이 땀흘리며 만들고, 마지막에 다 쏟아내고 함께 부둥켜안고 뿌듯함으로 환호하는것. 그 장면을 상상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짜릿하거든요:) 학창시절 합주로 음악 경진대회에 나갈때, 탈춤 공연을 연습할때, 동아리에서 전시회 준비할때도 비슷한 설레임, 만족을 느꼈던것 같아요.
사람들은 여행을 일상탈출의 후련함때문에 좋아하기도 하고, 맛집을 다니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때문에 여행길에 서기도하지요. 제 경우에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것 자체가 계속해서 여행하게 만드는 이유인것 같아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옵션들이 존재한다는것을 배우고, 그것으로 나의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얻어올때 여행에서의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일관성 없는 경험들, 좋아하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왜?’를 거듭 물어가며 그 면면을 보고, 그렇게 파악한 속성들을 그룹핑 해보니 몇개의 키워드가 보이네요. 성과, 성장, 표현, 새로움, 함께.. 등의 단어들이 제가 그동안 이러한 경험들을 선택하고 기꺼이 즐겁게 해왔던 이유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리쿠르팅, 트레이닝, 커리어 코칭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이 되는 것 같네요. 또 앞의 단어들이 제 강점으로 역할을 했을거구요. 뭔가 저라는 사람을 푸는 암호를 찾은것 같아요!
공연을 좋아한다고해서 꼭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이 즐겁다고해서 그것이 업이 되어야만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내가 그 활동을 왜 좋아하는지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 그리고 직업으로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슴 설레이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일을 할때 신이나고 에너지가 넘치나요? 그 이유는 뭔가요?
햇살 좋은날 커다란 종이 한장 꺼내놓고 여러분의 경험들을 적어보세요. 그것이 왜 의미있었는지 생각해보시고, 흩어져있는 각각의 경험을 관통하는 여러분의 키워드, 암호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키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은 뭐가 있을지, 그것들을 잘 살릴수 있는 직업은 어떤것이 있는지도 한번 탐험해보시면 어떨까요?
시원하고 상큼한 에이드 한잔 옆에 있으면 더 좋겠네요! 🙂
Be Wodian,
J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