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워디랩스 지니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갑니다. 벌써 일년의 반이 지나갔음을 알리는 6월이 되었고, 그 말인즉슨..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이상 다이어트에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아.. 이런..!
저희가 5월24일에 워디랩스 첫 세미나를 한지도 벌써 2주가 지났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2주동안,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응원과 피드백을 받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워디박스, 워크디자인 프로그램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하는 분들과 따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기회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워크디자인 세미나 또는 워크디자인35 세미나에 오신 분들은 경험해 보셨을텐데요. 워크디자인 프로그램에 ‘일의 얼굴 그리기’ 시간이 있어요. 막연하게 좋다, 싫다, 어렵다, 힘들다, 하고싶다.. 정도로만 설명되었던 우리의 일을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보듬어서, 또는 좀 더 떨어져서.. 그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한번 보는것이지요. 그렇게 일의 면모를 요모조모 살펴보고, 그 일은 어떻게 생겼을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 일의 얼굴을 한번 상상하고 그려보는거예요. 다들 이 액티비티를 처음 접하시기에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시다가도,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나서는 열심히 일의 얼굴을 그려냅니다.
<워크디자인 세미나 참석자분들이 그려주신 일의 얼굴입니다:)>
처음 이 액티비티를 접했을때, 저는 장난기 가득한 명랑해 보이는 소녀 얼굴로 제 일을 그렸었어요. 순수하기도 어리숙하기도 한 모습이지만, 또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도 한껏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지요.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지만, 현실은 아직 그만큼 여물지 못해 자꾸 넘어지고 힘들고 고민도 많은 그런 사춘기 소녀의 얼굴이 아니었나싶어요. 그것이 제 일의 얼굴이기도 하고, 또 제 모습 그대로이기도 하구요. 저는 그런 일에게서 기쁨도 느끼고, 함께 힘들어하기도 하는, 또 그렇게 같이 성장해 가야하는.. 저와 일은 그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나니, ‘일도 하나의 얼굴, 늘 같은 얼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거쳐갔던 일들이 각기 다른 모습이고, 또 하나의 일 안에서도 다양한 일의 얼굴이 있지 않았을까요. 소녀의 모습을 한 일도 있었고, 저를 잘 지지하고 받쳐준 늠름한 일의 모습도 있었고, 일도 아직 어리고 그 일을 하는 저 역시도 초보엄마라 서툰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요. 이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얼마전에 남자친구와 아주 크게 싸웠거든요. 처음인 이 다툼이 속상한건 물론이었고, 사실 그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스러움이 더 컸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게 의견이 부딪힐 일들이 있기는했지만, 참을성 많은 그의 성격으로 잘 받아주었고, 그렇게 서로 잘 맞추어서 결론을 내며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양끝에 서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은 (심지어 하지 않으려는것처럼 보이는) 그 상황이 너무 어렵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이 사람이 변할걸까? 더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건가? 우리는 맞지 않는걸까?’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이런 마음이 들게한 그 사람이 미웠고, 뭘해야할지 몰라 답답했어요.
다툼끝에 제가 알게된것은 하나, ‘그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럴수 있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어요. 그의 마음이 변한것이 아니라, 그의 다른 면을 본것 뿐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그 모습이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면 다른 이야기였겠지만, 그저 내가 예상치 못한 그 모습을 봤다는 것만으로 그에게 실망을 느끼고 이 관계를 어렵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도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는것 만으로도 많은 상황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졌어요. 그는 늘 나에게 하나의 얼굴을 보여줄거라는 근거없는 그 믿음이 저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한 단어로만 정의가 되겠어요. 어떻게 늘 한가지 반응만 보일 수 있겠어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거지요. 저는 뭐 늘 한결같고, 늘 같은 반응만 보이나요? 저 역시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제 안의 여러 지니 중 하나가 겉으로 드러나는 거니까요. 뭐.. 유치했던 저희의 첫 다툼은 ‘아 이렇게 서로의 면면을 더 알아가는구나’라는 교훈을 남기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일로 웃어보기도, 일로 울어보기도 한.. 일에서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적지 않은 일의 얼굴을 보아 온, 또 수많은 사람들의 그 우여곡절을 들어온 사람으로서, 급기야 그 감정과 경험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일을 디자인하는 법을 연구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저에게 일의 얼굴을 그려보라는 과제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던것 같습니다. 내가 그려놓은, 내가 보고싶은 일의 얼굴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혼자서 실망하고 화내고 좌절하지는 않았는지. 내 일은 이만큼 멋질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내가 돌보고 챙겨줘야하는 대상이라서 돌아서고 싶었던것은 아닌지. 늘 보여줬던 그 모습이 아닌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고해서 의심하고 짜증부린건 아닌지. 내가 미워했던 그 일의 잘못이 아니라, 내 기대치의 문제는 아니었는지, 내 일의 면면을 보고 이해하고자하는 노력의 부족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일을 마주하게되면, 그 일의 얼굴을 한번 그려보고 시작을 하게될것 같아요. 너와 나의 현재는 어떤지,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이고, 어떻게 사이좋게 손잡고 가면 되는지. 그렇게 눈 마주치면서,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시간과 경험들을 많이 만들고 일과의 관계에도 투자를 해보려구요. 일방적으로 기대만 하지말고. 내 일과의 즐거운 연애를 위해서!:)
Be Wodian,
J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