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지고 코트 앞섶을 더욱 여미게 되는 계절입니다. 작년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워디랩스를 만났는데요, 그리고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네요. 겨울을 앞둔 이 계절에, 요즘은 그 때 생각이 자주 납니다.
워디랩스에 합류하여 교육을 준비하고, 참여하고, 만들어 가면서 알게 된 ‘워크디자인’이라는 컨셉은 제가 지금껏 바라보던 일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냥저냥 하루하루 해 오던 나의 모든 일은 나의 강점과 가치가 들어가 비전을 그리며 판단하고 선택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것들을 다시금 새롭게 인지하고 그동안의 일을 반추해 보고, 앞으로의 일을 설계하는 것은 너무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매일 얼굴 맞대고 사는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본인의 일을 하고 있을까? 혹은 어떻게 일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하루 중 이렇게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일에 대해서 서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난 가을, 볕 좋은 어느 날에 저희 다섯 가족은 강의실에 모여 <Workdesign for Family>라는 작은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은행에서 지점장으로 근무 하시다가 퇴직하신 아버지, 일을 새롭게 만들고 뛰어들 열정이 넘치셔서 현재는 몇 개의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엄마, 금융공학 관련 스타트업에서 운영을 담당하는 여동생, 치과 공중보건의로 나라의 부름을 받아 일 하고 있고 장차 개업도 생각하는 남동생, 이렇게 4명이 교육생으로, 큰 딸인 저는 워크디자인의 개념을 설명하며 돕는 퍼실리테이터로 5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워크디자인의 준비 운동이 되는 마인드셋 세션에서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표현하고, 나누고,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줄 나만의 작은 행복에 대해 탐색하고 나누었습니다.
본격적인 워크디자인에 들어가서는 4S 프로세스를 통해서 나의 강점과 가치를 서로 발견해주기도 하고, 각자의 일의 장면에서 만나는 고객과 그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나의 서비스를 서로 조언해주며 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워크숍을 디자인 할 때 가장 유의했던 점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깨에 진 일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칫, 요새 젊은 것들 vs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의 구도가 되어서 서로에게 잔소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그 생각이 정말인지, 그 자체를 내려놓고 낯설게 보고 관찰하는 뷰자데를 강조하였습니다.
‘나에게 일은 OOO이다’라는 질문을 키워드로 공유했을 때, 남동생은 ‘해야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엄마를 똑 닮은 여동생은 즐겁게 일하는 요즘 일은 ‘활력’이었고, 이젠 쉬셔야 할텐에 아직도 몸이 부서져라 일하시는 엄마에게 일은 ‘생기’였으며, 가장 긴 일의 경험을 가진 아빠에게 일은 ‘부담’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 했을 때는 서로 알지 못했던, 특히 부모님 각자가 앞으로의 일을 통해 담고 싶은 비전이 무엇인지 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방법론에 대한 정보는 동생들이 더 많습니다. 지금의 기술이 어디까지 실제 일에 어디까지 반영되어 있고 트렌드는 어떠한지에 대한 지식을 더해, 각 가족원의 서비스를 보완해 나갑니다. 서로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더해줍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참여하는 워크디자인은 정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일을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거나, 너무 한심하게 또는 너무 짠하게만 바라보는 면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각자가 얼만큼의 힘을 다해서 본인의 일을 하고 있고, 때로는 조언과 도움이 필요한지는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긴긴 워크숍을 즐겁게 참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꺼이 동참해 준 가족들이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워크디자인 가족 워크숍을 통해 각자가 그려나갈 일을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서포터가 되어주기를, 그러한 계기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시면 가족에게 ‘나에게 일은 OOO이다’를 물어보시는 것 어떨까요? 키워드를 물어보시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더해서 여쭤보세요.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워크디자인에 든든한 서포터가 되는 이해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모쪼록 건강에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Be wodian,
Chi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