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 이네요. 날씨가 추워지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월이 이리 빨리 지나가나 싶어 술잔에 손이 자주가는 날들이네요 🙂 혹시 워디레터 독자분들은 어릴 적 어떤 직업을 꿈꾸었나요?
요즈음 문득 어릴적 저의 꿈이 자주 떠오릅니다.
사실, 저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일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제가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도 이때문일 듯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학을 못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특별히 더 못했습니다. 수학성적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문과’를 선택했고, 그 당시에는 이과를 가야만 건축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학과-직업 프레임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가끔 건축책을 사보고, 멋진 건물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도 하고 유명한 건축가의 스토리에 감명받으며 내가 만약 건축가가 되었다면 어떤 집을 지었을까? 상상력을 발휘하며 대리만족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워디랩스 일을 하면서 ‘건축’과 제가 하려고 하는 ‘일’ 디자인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장면이긴 하지만 ‘설계역량’을 발휘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영향을 주는 건축가가 하는 일에 저는 꽤나 가까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억지같지만, 저는 꿈을 이루었네요.. ^^ (뿌듯)
오늘은 저의 개인적 관심사와 사심을 담아 건축과 인간, 그리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혹시, 여러분이 지금 살고 있는 집,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요?
아파트, 빌라, 주택 할것 없이 우리는 네모난 공간 속에서 살고 있지 않나요? 루이스 설레번의 “ Form Follows Function” (기능은 폼을 따른다)는 말은 지금의 우리가 사는 네모 반듯한 건물, 아파트의 형태를 만들게 한 장본인데, 모더니즘이라 불리우는 시대사조를 그대로 표현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기능과 효율성이 공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였고, 이 같은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는대로, 형태 안에서 세상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었지요.
그런데 동글동글하고 요상하게 생긴 건물들도 보신 적 있으시지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우리나라의 동대문 DDP 등 도시의 ‘랜드마크’와 같은 유명한 건물들 말입니다. 이 건물들의 공통점은 ‘직선’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직선이 없으면 활용할 수 없는 공간도 많이 생기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건축비용과 자재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최근 지어지는 수 많은 건축물의 큰 흐름은 이 네모난 것들에서의 탈피입니다.
사실 자연에는 직선이 아예 없거든요. 돌, 산, 나무.. 직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유연한 곡선으로 구성된 건물에 들어가면 어머니의 뱃속에 다시 들어간 듯한 묘한 안락감을 느끼게 됩니다. 공간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구분하고 이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은 이를 해체주의라고 부르고 있는데, 기존의 모더니즘적 관점에서는 파격과 혁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해체주의가 ‘일’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입 아프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의 세상, 일의 변화의 장면에서도 그대로 오버랩이 됩니다. ‘Form’ 안에 어떻게든 맞추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기능이 분명하다면 일-공간에서의 해체, 일-장르의 해체, 평생 직업의 개념 해체 등, 해체주의적 건축물의 철학과 표현과도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해체주의의 핵심은 ‘인간성 회복’ 즉, 그동안 인간을 환경적으로 구속해 왔던 여러 요소들에서의 탈피입니다.
미래학자들은 일의 미래와 변화에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류 역사상 인간이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런 ‘일’에 대한 이야기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의 주제로 의미있는 콘서트가 열리게 되는데요.
바로 11/25~26일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리웍 콘서트’ 줄여서 ‘리웍콘’ 입니다. 이 콘서트의 호스트인 위커넥트의 대표님은 SBL때부터 만나온 워디레터 애독자이자 1대 워크디자이너?이기도 하지요.^^ 진심으로 반가운 행사입니다. 워디랩스도 본 행사에 연사로 초대받아 26일 오전 일정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저희 외에도 훌륭한 연사들의 ‘일’에 대한 진보적 관점이 공유되는 자리오니, ‘리웍콘’ 에서 일의 진정한 방향성을 함께 이야기해 보아요 🙂
– 리웍콘 공식 홈페이지 http://reworkcon.com
– 리웍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ReworkConference2017
Be Wodian
G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