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매서운 추위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는 12월입니다. 오늘은 부끄럽지만, 제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며칠 전 동생의 아이를 봐주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신 친정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 왜 그러는지 묻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내 딸이지만, 왜 저렇게 인생을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며 푸념을 하시더군요.
이유인 즉, 가진 것도 풍족하고 직장도 안정되고 뭐하나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어 보이는 제 동생이 전혀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늘 인상을 쓰고, 짜증을 부리고 남편과도 자주 싸운다며 동생을 걱정하셨습니다. 원래 차가운 성격도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거예요.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제 동생은 학교 선생님이고, 부산에서 아주 뷰가 좋은 멋진 아파트에 살고 있거든요. 동생의 남편이자 제부도 다정하고 참 착합니다. 정말 외부에서 보기에는 전혀 부족것 없이 사는데, 제 동생은 잘 웃지 않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20살 이후로 많은 시간 떨어져서 살다 보니, 사실 가깝게 지내는 친구보다 더 연락을 하지 않는 터라 그녀의 구석구석을 알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너무 쉽게 가져서 그리고 안정된 삶을 일찍 경험해서 고생을 덜 해봐서 그렇다며 혀를 차십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상 모두가 고생해 봐야 행복을 아는 건 아니니 저는 완전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동생의 행복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곰곰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피붙이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도와주는데 나와 가장 가까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사명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위한 나름의 프로젝트를 설계했는데, 학교 선생님이니 그녀의 겨울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일주일을 합숙? 시키며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제가 준비한 것은 바로 ’ 감사 프로젝트’입니다.
수년 전 제가 처음 긍정심리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자연스럽게 ‘감사와 행복감’에 대한 연구자료를 접했고, 그동안의 검증된 연구와 제가 코칭과 교육활동을 통해 실제로 시도해 본 긍정심리 인터벤션(개입 활동) 중에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기 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저 자신’이었는데, 실제로 저는 하루를 보내며 또 한 주를 보내며 고마운 사람 + 일 + 경험에 대해 의도적으로 떠올리곤 하는데 이는 힘들거나 우울할 때 바닥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저지해 주기도 하고, 기쁠 때는 훨씬 증폭시켜주기도 하는 저만의 묘약과도 같았습니다.
Thank라는 감사의 어원이 Think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즉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성숙된 관점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런데 성숙된 관점은 자주 감사함을 느껴야 역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주 작은 것을 감사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고, 또 그것이 선순환이 될 수 있겠지요.
저는 제 동생에게 그녀가 경험하는 세상에 감사함이라는 렌즈를 투여해 조금 색달라 보이게끔 도와주고 싶습니다. 늘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일상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변화가 있을까요? ^^
참.. 감사 프로젝트를 위해 제가 동생에게 매일 아래 질문카드를 준비해서 생각거리를 줄 예정인데요. 워디 레터 독자분들께 먼저 공개할게요. 한번 해 보시겠어요? ^^
1. 오늘 하루,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일은 무엇이 있었나?
2.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내 몸을 들여다 보고, 고마움이 느껴지는 신체 부위가 있는가?
3. 어렵거나 힘들 때 나에게 손 내밀어 주었던 사람은?
4. 가족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그들이 나에게 준 사랑은?
5.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고마움을 느껴본다면?
6.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한 것?
6개의 질문이니 매일 한 질문에 답을 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일주일 중 하루는 쉬셔도 좋습니다! 🙂
Be Wodian
Grace
P. S 워디랩스의 감사한 일 소개합니다! 워크 디자인에 대한 배경과 아이디어를 정리한 글이 인사 전문잡지인 HR인사이트 12월호에 발간되었습니다. 내년 1,2월호에도 이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워디랩스를 소개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저희의 생각을 많은 분들과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