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입니다. 날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싶더니 다시금 불어닥친 한파로 추운 하루입니다. 저는 온 집안을 한바탕 훑고 지나가는 감기로 약기운에 노곤 노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워디 독자분들은 감기 걸리지는 않으셨는지요?
‘시간 참 빨리 간다’는 말을 요즘처럼 자주 입에 올리는 시기도 없는 듯합니다. 2017년 첫날에 뜨겁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 해는 어떻게 보내게 될지 그려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가만히 되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새롭게 적응하느라 애를 쓴 한 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고, 조직에서도 개인으로도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편, 올해는 새로운 키워드들을 많이 만났고, 만나야 한다는 강조를 여기저기서 듣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여기에서 무얼 더 해야 하나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월초에 내년 가을학기에 ‘융합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대학생들을 만나는 기회를 제안받게 되었습니다. 베이스가 인문학인 친구들을 대상으로, 스스로가 융합할 수 있는(특히 기술과) 역량을 키우고 자신만의 방향을 세워서, 궁극적으로는 워크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많은 세미나나 콘퍼런스에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듣고 보았지만, 저와 밀접한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돼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아, 그런 것이 있구나’하고 지나치기 일수였거든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그 이야기가 직접 주어지게 되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어떻게 이 키워드와 나를 묶을 수 있을지 여러 가지로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당장 나에게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정도의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오자, 그 관점으로 주면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지금까지 없었던 안경을 새로 맞춘 느낌이랄까요? 안경 너머의 세상은 같은 듯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 안경을 쓰고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서점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매번 가는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쳤던 코너의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안 들여다보았을 섹션에 가서 책을 살펴보게 되고, 안 넘겨봤을 책의 목차와 내용을 살펴봅니다. 그 후에도 새로 맞춘 안경은 저를 새로운 관점으로 안내하는데 열일하였습니다. 일상에서 매일같이 접하는 뉴스, SNS, 방송, 심지어 친구들과의 수다에서도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탐색하고 바라보게 했습니다. 관련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더 쫑긋 세우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듣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고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가 한 작업은 이른바 ‘워크디자인 뒤집어 다시 해보기’였습니다. 내가 가진 씨앗(재능, 지식, 스킬, 경험, 인맥, 흥미, 강점, 가치)을 풀어 펼쳐놓고, 새롭게 품게 된 키워드를 가지고 다시 판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가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이 생기자, 내가 알고 있던 씨앗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중에는 여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씨앗도 있었고, 가지고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한 씨앗도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새로운 관점의 안경으로 바라보니,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씨앗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전에 Jasmine 언니네 집을 방문했을 때, 태어난 지 50일쯤 지난 루나가 자기에게 주먹이 있는지 이제 알게 되었다며, ‘루나가 주먹을 찾았다!’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저도 바람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주먹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한편, 상대적으로 부족한 씨앗도 보이는데요, 이는 자연스럽게 내년에 실천할 구체적 계획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워디 독자분들의 올 한해는 어떠셨는지요? 새로운 키워드를 많이 만나셨나요? 혹시 내년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계시는지요? 이제껏 접하지 못한 과제를 맞아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지금 마음에 품고 계시는 키워드로, 새로운 관점으로 맞춘 안경으로 쓰고 천천히 살펴보면, 이미 가지고 계신 씨앗과 환경에서 충분히 접점을 찾아 내실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몇일 남지 않은 연말 잘 마무리 하셔서, 새로운 해를 맞을 충분한 새 힘을 보충하시는 평안한 연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
Be wodian,
Chihe
p.s. 새해인 2018년도에는 워디랩스의 새로운 콜라보 파트너인 잡플래닛과 함께 여러가지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잡플래닛의 ‘굿잡’ 서비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워디 워크숍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