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는 월세를 놓기 위해 동네 부동산 몇 곳을 방문했습니다. 동네의 부동산을 돌고, 각 부동산의 특징있는 아줌마 사장님 몇 분을 만나면서 생각하게 된 에피소드를 오늘은 이야기 해볼까 해요.
제가 부동산을 방문했을때가 크리스마스를 막 지난 시점이었지요. 연말이고, 날씨도 참으로 매섭게 추웠습니다.
먼저 집에서 제일 가까운 첫번째 A 부동산 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줌마 사장님은 뭔가 심드렁한 표정이셨어요. 일단 저의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근처의 빌라에 살고 있고 이제 2월 말 정도로 월세를 놓으려고 준비중이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원하는 보증금과 월세를 말씀 드리자 갑자기 저를 물끄러미 보시며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합니다.
‘참내, 뭐 잘 모르나 본데, 그 가격에는 절대 집을 내 놓을 수 없어요. 8/2 정책 이후 지금 시장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아예 없는데, 그렇게해서는 집을 못 빼요!’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월세를 놓아본 경험도 없으니 일단 주시는 조언을 다 들었어요. 뭔가 덜컥 겁이 나며 마음이 조급해 지고 어두워 졌습니다. 2월 말에 집을 정리해서 월세를 놓아야만 재정적 계획에 무리가 가지 않는데, 혹시나 집을 정리하지 못하고 시드니로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속이 타들어 갔지요.
혹시나 싶어 몇군데 부동산을 더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B 부동산을 찾아갔지요. 이번에도 아줌마 사장님이 저를 맞이해 주셨어요. 다시 저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원하는 금액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분은 곰곰히 이야기를 듣더니 심지어 혀를 차셨죠.
‘쯧쯔.. 방이 세 개면 두개보다 더 잘 안나가요. 이 지역에 방 두개나 하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월세를 구하지, 어설프게 방이 세개 있으면 가격만 올라가서 싫어한다니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집을 구입하고 월세를 두려는 제가 바보같이 느껴지더군요. 순간 남편을 설득해서 지난 여름에 집을 구입한 것이 큰 실수였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세식구가 친정집에 신세를 질 수 없으니, 집을 구해서 살다가 월세를 주고 외국으로 다시 가겠다는 생각을 왜 멍청하게 했나.. 자책감에 마음이 자꾸 땅으로 꺼졌어요. 기분도 상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근처 C 부동산을 한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C 부동산에도 비슷한 연배의 아줌마 사장님이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두번의 펀치를 먹은터라 개미만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죠. 월세를 놓고 싶고, 이 정도의 금액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을 접기 전에 바로 더 이야기 했습니다.
‘저도 알아요, 요즘 시장이 죽어서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거요’
그랬더니 제 이야기를 쭉 들으신 아줌마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이야기 합니다.
‘아니, 왜? 이 정도면 충분할것 같은데요? 뭐 보증금이 작아질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럴땐 월세가 올라가니 적절하게 조율하면 되요. 그정도 집이라면 찾는 사람이 있으니 분명히 나갈거예요. 걱정마요.’
A, B의 부동산 사장님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과 관점에 조금 의아했지만, 이 분과 같이 하면 왠지 집이 잘 나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의 명함을 가지고 일어나려는데, 저의 근심어린 얼굴을 보셨는지 다시 이야기 해주셨어요.
‘걱정 말아요! 그런 집을 찾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테니까!’
그리고 일주일뒤, C 부동산을 통해서 집을 보러오겠다는 사람들을 실제 여럿 만났어요. 그리고 한 일곱번째 만난 사람으로 부터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C 부동산 사장님의 예언대로, 그분은 제가 원하는 그대로의 조건을 가진 세입자였어요. 그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부동산 A, B 사장님으로 부터는 단 한통도 전화를 받지 못했고요. 사실, 그분들의 예언도 정확히 맞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분들 눈에 보이는 시장에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계약서를 마무리 하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동네에 위치한 고만고만한 부동산으로 보이는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
결론은 단 하나. 결국은 ‘관점과 태도의 차이’.
같은 시간대, 같은 지역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누구는 시장이 죽었다 하고, 누구는 그래도 괜찮다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조건 중에서 ‘어떤 것들을 선택해서 해석 할 것인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잡 마켓으로 대치해 볼까요? 부동산 시장이 늘 안정적이지 않듯 일의 미래도 그러합니다. 아니 어쩌면 더 예측불허하지요. 대체되는 인력들, 자동화되는 서비스들 그리고 무료로 넘쳐나는 콘텐츠들. 모두들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곰곰히 보면 이 위협적인 모든 요소들이 우리에게 기회와 희망이 될 수도 있지요. 무료로 넘쳐나는 콘텐츠로 얼마든 혼자 학습할 수 있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들은 기계에게 맡기면 됩니다. 붕어빵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더 나다운 것들을 찾는 것이 가능해 진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고요.
위험과 어려움 그리고 기회와 희망.
여기서 지금,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결국은 우리의 선택이겠지요. C 부동산의 영업 비밀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
부동산 C 사장님의 말을 빌려보며 레터를 마무리 할까봐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는것이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크게 외쳐봅니다.
‘걱정 말아요! 올해 당신이 꿈꾸는 그 일을 분명 만나게 될테니까!’
Be wodian,
Ja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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