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지션에, 우리 회사에 왜 지원하시나요?”
구직할때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지원동기는 ‘돈벌려고’인데, 이 네글자를 400자로 늘려써야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구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일하는 이유, 또 일을 통해 얻는 혜택 중에 금전적인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돈을 벌기위해 지원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왜 다른 곳이 아닌 ‘이 회사에서’, ‘이 일을 하면서’ 벌고싶은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이유를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이겠지요.
지원동기를 묻는것을 자기소개서의 첫 단에, 또 인터뷰의 시작을 위해 의례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실 그 질문이 갖는 중요도가 꽤 무겁습니다. 실제로 제가 후보자 면접을 할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질문 두가지가, 바로 ‘지원동기’와 ‘향후 계획’인데요. 이 두 질문으로 왜(why) 우리 회사에 오고 싶은지, 우리 회사와 직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how) 이 일을 잘 해낼것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이후에 묻는 다른 질문들은 앞서 보여준 why & how를 증명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묻는 질문들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지원동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하시나요? 그보다 앞서, 어떤 이유들로 회사와 직무를 선택하시나요? 아마 대부분 ‘현재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잡 서치를 시작하고, ‘지금 일하는 곳보다는 더 나은것 같아서’ 지원하는 회사를 결정할거에요. 또는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에 지원하는 경우 ‘A 회사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혁신적인 변화를 많이 이루어냈고, 인적자원을 중요시하는 회사로 임직원 복지가 훌륭하다고 들었다’라는 지원동기를 이야기하기도 하겠지요. 채용 웹사이트의 리스트를 쭉 보고 괜찮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지원버튼을 누르고, 인터뷰 요청이 있으면 그때서야 회사 정보를 찾아보는게 일반적인 방법이니까요. 흔히들 하는 지원방법이고, 지원동기에 대한 답변이기에 ‘이게 뭐가 잘못되었다는거지?’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것 같습니다.
자 그럼, 지원자가 아니라 채용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여러분이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나은 조건의 회사는 몇백개라도 있을 수 있고, 이 회사가 유명하고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지원자라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답변의 첫번째 문제는 아무런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와 나의 연결고리가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같은 회계 업무를 하는 지원자가 있다고 했을때, ‘이 회사가 더 좋은것 같아서 지원했다’는 지원자와 ‘회계 처리가 다소 복잡한 제조업과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업을 모두 경험하고나니, 제조업에서 회계 업무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 회사는 내수 비즈니스에 국한된 반면 A회사는 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이 모두 활발한 회사라 다양한 회계 처리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큰 제품이라 A회사에 일할 수 있다면 더욱 즐기며 일할 수 있을것 같다.’라고 말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어느쪽이 더 구체적인 지원동기를 갖고 있다고 보여지나요? 같은 회계 업무지만, 그 일을 ‘우리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이유,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너여야만해!’의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겠지요.
사실 이러한 접근이 위험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말한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하다보니 후에 실망하는 일들도 많이 생기게 된다는 것인데요. 지금 회사보다는 나은줄 알았는데 별것 없고 (혹은 더 좋지 않을수도 있고), 유명한 회사라고 해서 왔더니 허울뿐인것 같고, 일도 나랑 맞는지 모르겠고 문화적인 충돌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회사는 없기에 대부분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게 마련이고, 그때 ‘나의 선택’을 후회합니다. 내 선택에는 이런 머리 아픈 문제들은 없었거든요. 원했던 것이 주어지지 않으니, 그것들을 채워줄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날 준비를 다시 하게되고요. 다음 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말이에요.
이 부분은 워크디자인에서 이야기하는 4S의 Soil 단계로 설명이 될 수 있을것 같은데요. 내가 안착할 Soil을 선택했다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살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있어야겠지요. 땅과 씨앗이 만났다고하여 저절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지는 못하니까요. 물주고 햇빛쬐이며 보살펴야하는 것, 나아가 그 땅까지도 비옥하게 만드는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인터뷰에서 묻는 ‘향후 계획’이 바로 이 질문이에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이며, 어떤 노력들을 하고 싶은지, 결과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알고 싶은것이 핵심입니다.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결국 내 업무에 대한 관심, 능력,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인터뷰의 시작과 끝이 아닐까 합니다.
면접에서 질문을 받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세요.
“나는 이 직무에, 이 회사에 왜 지원하려고 하는가?”
“나는 이 일을 어떻게 잘 해내고 싶은가?”
이 두 질문을 큰 틀에 놓고 신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신다면, 그 기회는 당신것이 맞는것 같네요 🙂
Be Wodian,
J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