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훈훈한 뉴스로 아직까지 마음이 설레는 아침입니다. 처음으로 호주에서 인사드리네요. 독자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지난 몇주간 짐을 정리하고, 삶의 터를 다시 정비하는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낯선 환경으로 힘들어 하던 아기도 이제 제법 하루 일과가 예전 처럼 돌아왔고, 저도 서울 생활을 끝으로 새로 시드니에서의 보금자리를 잘 만들어 갈 준비를 거의 끝내갑니다.
남편이 새롭게 잡을 찾아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그 모든 과정들이 잘 결실을 맺은 것, 그리고 최근에 저희의 보금자리를 위해서 집을 알아보고 결정을 하게 된것. 잡 찾기와 집 찾기, 어감도 비슷한 이 두 과정이 참으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시드니에서 만족스런 잡을 찾고, 집을 찾게 된 두 과정을 겪으면서 세웠던 나름의 몇가지 원칙을 같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내는 ‘잡’ 과 ‘집’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이니까요, 혹시 잡 혹은 집을 찾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가 고려했던 아래의 질문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나에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남편과 제가 시드니로의 이주를 그려보고 결심하게 된 것에는 우리가 꿈꾸는 조건을 가장 근접하게 이룰 수 있는 곳이 호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느려도 삶의 방식이 ‘인간적’ 이고 ‘자연 친화적’인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결혼 이후에는 더 구체적으로 했어요. 아이와 함께 가족으로 누리는 삶의 방식은 소박하고 군더더기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고요. 남편이 이쪽으로 잡을 찾을때 연봉이 그리 크게 뛰지 않아도 감수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돈보다 더 중요한 환경에 대한 가치 지불을 고려했기 때문이랍니다.
저희가 지금 살게 된 아파트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아이가 있는 집이므로 가능하면 일층으로 맞추려고 노력했고,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과 뛰어 놀기 좋은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남편이 통근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역이 그리 멀지 않았으면 했지요. 보기 좋은 부대시설은 고려 대상에서 모두 제외 되었고요. 위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얻게 되는 다른 불편한 것들은 다 참아 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본질에 접근 하는 질문을 해서 ‘일 하면서, 살면서’ 실제 후회 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갈무리 했지요.
참 신기한건, 의외로 이 질문이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 이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번에 하기가 참 어려워요. 우리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기도 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린 결정에 전전긍긍하기도 쉬우니까요. 오랫동안 고민해고 정말 심장에 가까운 답을 내보는 게 중요해요. 담백하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3가지를 확실하게 내릴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조금씩 쉬워질 거예요.
2. 내가 (우리가) 가진 자원은 무엇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호주 비자법인 강화되어 비자를 승인 받아서 외국인 근로자로 호주에 오는 것이 어렵다, 혹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실제 남편의 케이스를 같이 겪어보니,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님을 몸소 느꼈지요. 중간에 저희에게 포기하라고 이야기 해 준 분도 참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본인이 가진 자원이 왜 특별한지 그리고 그 특별함을 잘 어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답니다. 출장이 있을 때 마다 리쿠르터들과 커피를 하면서 본인의 의사를 어필을 했고, 싱가포르에 살면서도 링크드인으로 꼼꼼히 네트워크를 쌓았어요. 로컬과 경쟁 할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고요.
이번에 집 렌트 계약을 할 때도 저희는 또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지요. 렌트를 받고자 하는 다른 지원자들 (부동산 에이젼트는 총 4가족이 이 집을 계약하고자 했다고 하더군요)과의 경쟁(?)에서 우리 가족이 선발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했답니다. 싱가포르 부동산 에이젼트에게서 (예전에 렌트비를 성실히 납부한 내용) 추천서를 받아오고 입사한 회사의 보스로 부터도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돈만 낼 준비가 되면 월세 들어가는게 어렵지 않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지요? 서류를 꼼꼼히 준비해서 더 신용도 있게 하기 위해서 집 주인이 원한다면 몇개월치 월세도 한번에 납입을 할 의향도 있다는 문장까지 써서 보냈답니다. 시드니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부가적으로 해야 했지만, 결론은? 저희가 이 집에 들어오는 세입자가 되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내고, 그것들을 잘 정리해 내는 능력. 그것이 두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3. 미래는 또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몇년 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호주로의 이주는 이렇게 잘 이루어진것 같지만, 저희는 모든 것이 지금 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몇 개월 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테니 제가 유용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보장이 조금은 되겠지요? 작년 부터 임신, 출산과 육아로 미뤄지고 못했던 일들을 어떻게 하나씩 이루어 갈지가 당장 저에게 남겨진 큰 질문입니다. 시드니에서도 학생들과 교류를 하면서 강단에 서고, 기업과 함께 컨설팅을 하고, 1:1 코칭을 꾸준히 하고 싶으니 그에 맞추어진 꼼꼼한 전략도 필요하겠지요. 지금은 월세를 살지만 언젠가 이 땅에 저희 이름으로 된 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가 꿈꾸는 부부로, 부모로, 또 개인으로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할지 잘 만들어 가고 싶어요. 제가 던지는 질문과 생각들을 잘 정리해 팀과 함께 올해 안에 책으로 만드는게 목표이기도 하고요.
잡을 찾고, 집을 찾고, 또 인생의 중요한 멘토나 파트너를 찾는 것. 이렇게 정리해 볼까요?
1. 스스로가 가진 가치를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골라 2. 그에 맞추어진 자원을 파악한뒤 3. 액션에 옮긴다. 어찌보면 저의 긴 메일을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시드니는 오늘 촉촉하게 가을비가 옵니다. 계절이 반대로 흐르는 이 곳에서 저는 새로운 일과 삶을 잘 찾고 하나씩 쌓아가고 있을게요. 언젠가 시드니 오시면 같이 커피 나누며 여러분이 찾으신 잡, 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
꽃같이 아름다운 주말 되시실 빌며.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