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래간만에 절친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현재 판매/유통업에서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인사담당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와 만났을 때는 2018년 신입사원의 공채 면접을 면접관으로서 진행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대기업의 1차 서류 면접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만날 때에 면접관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소위 말에서 블라인드 된 내용으로, 학교나 학점은 모른 채 이름과 지원동기서, 자격증 정도만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하루동안에 걸쳐 40여명의 면접을 보았는데, 그러면서 지원자들과 웃픈(?) 일이 있었다고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보통 면접을 보러 가면 면접 말미에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 면접관들이 묻곤 합니다. 긴장된 상황에서 머릿속이 새햐앟게 되어 전달하지 못했거나, 혹은 타이밍을 놓쳐서 차마 말하지 못했을 지원자들의 아쉬움을 덜어주고자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이지요. 그녀가 진행했던 면접장에서도 같은 질문을 지원자들에게 던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40명 중 28명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28명의 지원자들은 ‘이 면접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업의 오프라인 매장에 가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매장에 가서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무슨 이유로 갔는지에 대해 설명한 지원자는 1~2명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은 직접 가보고 왔다는 액션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마지막으로 어필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할 때 ‘애사심을 어필할 것- 관련 매장에 가봤다고 할 것’이라는 가이드라도 다같이 보고 오는 것인지, 물어도 답을 하지 못하니 면접관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하였습니다.
저는 얼마 전 취업 멘토로 구직을 앞두고 취업 스터디를 하고 있는 15명의 대학생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의 다양한 학과의 친구들로, 모두가 알고 있는 극심한 취업난의 상황 속에서 그래도 구직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취준생들의 얼굴을 보니 짠한 마음이 생깁니다. 어떤 조언을 하면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논하기 위해, ‘현재 나의 구직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궁금한 점’을 적어서 적도록 하고 받아보았습니다. 그러자 반 정도의 학생들이 ‘스펙’이 어렵다며 키워드를 적어 내었습니다. 스펙의 어떤 점이 어려운 것인지 물어보자,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이 필요한 스펙이고 불필요한 스펙인지 모르겠다’, ‘무슨 스펙(자격증)을 더 쌓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그러면 본인이 가고 싶은 필드 또는 업무, 회사가 있느냐고 묻자, ‘나를 불러주는 곳’, ‘취업이 되는 곳’이라고 답변합니다.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위 두 개의 취업의 장면에서 구직자들이 놓치고 있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나의 ‘왜’에 대한 것입니다. 나는 무슨 이유로, 어떤 것을 보고 싶어서 면접을 보기 전에 그 매장에 갔는지, 그래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나의 ‘왜’에 대하여 스스로 설명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면, 무엇을 아무리 많이 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을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면접을 본 회사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싶었다면, 가서 본 것을 바탕으로 틀리더라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설명한다든가, 최소한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10분 인터뷰라도 요청하여 일에 대해 물어보았어야 합니다. ‘왜’ 매장에 갔는 지에 대한 것 없이, 그 사실만으로는 듣는이로 하여금 ‘가 봤는데,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스펙’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격증, 공모전에 나는 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 스펙을 갖추었을 때 입사 하려는 회사의 인재로 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지, 본인이 그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을 따서 이력서에 기재한다면, ‘어학을 공부하다보니 모국어를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되어서’, 또는 ‘외국 바이어들과 만나는 일이 많은 업무 특성상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서’ 등등 나름의 ‘왜’가 있어야 합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갖추고 있어서 필요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나는 어떤 이유로 그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노력을 기울였고, 지원하는 회사의 업무에 ‘왜’ 활용하고자 하는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나의 ‘왜’가 확고하지 않으면, 있는 스펙이라도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맙니다. 만약 ‘이 스펙을 왜’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회사에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스펙을 있는대로 많이 쌓아 면접장에 갔다고 해도, 결국은 면접관에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당신은 ‘왜’ 이렇게 스펙을 많아 쌓았나요?’
취업을 위한 첫 단계는 ‘왜’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 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회사는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자소서, 이력서 그리고 면접에서 자신있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정도 이상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사 담당자들이 ‘뽑을 사람이 없다’, ‘무슨 생각으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나의 ‘왜’에 대하여 설득력있게 이야기하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신입 채용의 지원자 역량도 상향평준화가 된 요즘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집요하게 나의 ‘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답이기도 합니다.
혹시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해 놓은 것이 있으신지요? 작성한 내용을 보고 누군가 ‘왜’라고 물었을 때 그 이유를 차분히 설명할 수 있으신지요? 만약 조금 자신이 없거나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한 번 여유를 가지고 되짚어 생각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반드시 나의 ‘왜’를 발견하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분명한 것은 나의 ‘왜’가 확고할 때, 취업의 장면에서 어떤 스펙을 갖추는 것 보다도 스스로를 빛나보이게 하는 꿀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단하지만 열심히 땀흘려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취준생분들께 이 레터와 함께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Be wodian,
chi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