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날씨는 어떤가요? 장마가 시작되어 끈적한 날씨 일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익혀 버릴 듯 이글거리는 더위일까요. 저에게 한국의 여름은 늘 그 뜨거운 온도로 무언가를 데우고 다시 시작했던 시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력서를 정비해서 싱가포르의 헤드헌터에 보냈던 때도 7월 이었고, 그 보다도 더 옛날 유학을 준비하고 합격 통지를 받고 호주로 올 준비를 했던 때도 생각해 보니 7월이었네요.
일년을 반으로 접어서 다시 펴면 7월도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되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일까요, 요즘 시작을 하고 있는 혹은 시작을 준비하는 분들로 부터 종종 메일을 받고 있어요. 오늘은 메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각자의 처소에서 맡고 있는 책임감과 관심은 모두 다르지만, 가끔은 타인의 고민을 함께 하다보면 본인의 이슈가 풀리는 운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받은 메일의 내용은 아래의 세가지로 크게 분류가 되었어요.
1. 어떤 시작이 맞을지 고민이 됩니다. A와 B 중에서 어떤것이 더 맞는 결정일까요? 최종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그것이 확실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2. 시작은 했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무섭고 불안합니다. 책임을 지고 나아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자꾸 움츠려 들고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3. 고심해서 내렸던 시작이 맞지 않았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패자나 패배자의 마음이 들어 자존감이 자꾸 흔들리고 있는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모두 시작과 불안 그리고 자신감 혹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이 되었고요. 질문이 모두 조금씩 다르게 생겼지만 어찌보면 서로 닮아 있기도 하지요. 큰 결정 앞에서 혹은 현재 자리 안에서 낮아진 자신을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해서 모두 비슷하게 묻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저를 요즘에 괴롭혔던 (?) 질문들도 바로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내가 내린 결정들이 다 옳은 결정이었는지, 앞으로의 선택지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고 한 것들에 대해서 ‘정말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그리고 실수한 과정들을 돌이켜 볼때 들었던 낮아진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저의 마음이 거울이 되어 이 질문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어요.
제가 쓴 답장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이 된답니다. 메일 마다 상황을 고려해 다르게 썼지만, 대략의 이야기는 이와 같았어요.
1. 항해를 시작한 자신을 응원해주고 무조건 격려해줄것.
길 위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우리 모두는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다. 그것이 여행자의 특권 아닌가. 방안에 웅크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어둡고 축축한 자아를 깨워 바람부는 길 위에 세운 것 만으로도 응원 받고 칭찬 받아야 할 일이다. 인생의 기적은 뜨뜻하고 조용한 아랫목이 있는 방안에서 일어나지 않고 부딪히고 정신없는 시장에서 발견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서,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의 128 페이지 두번째 줄에서 그리고 이질적 변화를 밀어내는 ‘그 마음을 다스리는 그 작은 근력’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Get comfortable with being uncomfortable. 불편한 곳에서 성장의 씨앗은 자란다. 그 그늘에서만 자라는 씨앗이 분명 있고, 그 씨앗은 언젠간 아름다운 꽃이 된다. 꽃이 피는데는 햇빛 뿐 아니라 바람, 그늘, 비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자.
2. 십년뒤에 오늘의 결정을 후회 할 것인가
오늘 내린 결정과 결단들이 스스로를 어렵고 힘들게 한다면, 이렇게 물어보라. ‘십년 뒤에 나는 오늘의 결정을 후회할 것인가’ 오늘 불편하고 어려운 것들이 10년뒤에도 그대로 어렵고 복잡한 공식 같을까 아니면 치열하고 뜨거웠던 날들을 소회하는 기쁜 추억이 될것인가. 불필요한 타인에 대한 의식, 오늘을 비슷하게 살고자 하는 관성 앞에서 주저할때 스스로에게 물어볼것. 십년 뒤에 나는 오늘의 결정을 후회 할 것인가. 그때 오늘의 결정을 감사하며 너무 잘 했다 하며 스스로 칭찬해 줄 수 있을까. 10년뒤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용기를 내주어 고맙다, 그때 그 선택으로 오늘의 내가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3. Fake it Till You Make it
에미미 커디 박사가 한 테드 강연을 다시 보자. 사실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15:55분 정도에 시작된다. 직접 겪은 교통사고 그리고 남들보다 떨어지는 아이큐로 4년 늦게 졸업한 과정 그리고 교수가 되어 만난 학생에게 전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다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마추어로 매일 노를 젓고 비슷한 자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 들때 이렇게 외쳐볼까. Fake it unitl you become it. 될때까지 못하더라도 하고 다시 하고 또 다시 한다. 브레네 브라운 교수가 말한 것 처럼, 2막이 없이 3막으로 넘어 갈 수 없는 것 처럼 자라는 과정을 스킵하고 갑자기 완성될 수 없다. 오늘을 지나야 내일이 오는 것 처럼, 오늘을 더 뜨겁게, 오늘 더 망가지고 시도하고 또 언제 그랬는듯 일어나자. Rise up everyday.
위의 내용은 타인에게 보낸 답장이지만, 제 자신에게도 주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Writer’s block 을 겪으며 파리만큼 초라해 지는 나. 남편이 출근하면 샤워도 못한채 부스스한채 하루종일 아이를 보는 나. 먼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외로움에 허덕이는 나. 가끔 아니 자주 학생들 앞에서 교육을 진행하던 그 날들이 그리워 우울해 지는 나. -에게 전해주는 다독임이라고나 할까요? 다 다른 곳에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 소외감, 불안감은 사실 비슷하니까요.
오늘의 뉴스레터가 읽으시는 분들 중 한분의 마음이라도 다독여 줄 수 있기를 빕니다. 🙂 (혹시 도움이 되셨다면, 답장으로 인사해 주셔도 좋아요!)
저도 오늘 아침, 더 힘을 내서 시작을 해볼게요.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