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온지 이제 넉달이 되어갑니다. 일년의 1/3을 이곳에서 보내니, 이제야 저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저희의 집 같아요. 처음 한달은 아기와 함께 집 코앞에 있는 슈퍼에 갈때도 큰 가방에 우유, 기저귀, 손수건등을 다 가져가야 할 만큼 긴장되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세식구 모두 완벽하게 적응이 되었고요. 4개월 전, 두손에 안겨만 있었던 아기는 이제 물건을 잡고 스스로 서있을 만큼 부쩍 컸답니다.
뉴스레터를 받으시는 분들 중, 저처럼 엄마이신 분들도 있고 예비 엄마이신 분들도 많으실것 같은데..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니 뭔가 복잡하고 화려한 느낌이 드는데, 결코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소박하고 단촐하죠.
최근에 저는 다이어리를 하나 샀어요. 제가 연보라색 계열을 좋아해서 그 색으로 하나 준비했고요. 그 첫장에 저의 아이 이름을 써 놓았습니다. ‘루나에게, 너를 위한거야.’ 이렇게요. 이 다이어리는 제가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 혹은 어떤 문제의 실마리를 알게 되었을때, 실수로 부터 배운 것들이 생겨났을때 적어두려고 준비했어요. 아이가 예쁜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데, 제 생각들은 적어놓지 않으면 다 사라지니, 이렇게 붙잡아 둘 수 밖에요.
제가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꼭 남겨주고 싶은 두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제 생각을 남겨 놓은 ‘아이를 위한 일기장’이고요, 그리고 제가 태몽으로 꾼 눈이 맑은 고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그 고래와 달이 등장하는 예쁜 동화를 하나 지어주고 싶어요. 아이에게 물질적으로 큰 혜택을 주는 부모는 아니지만, 적어도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동화책에 들어갈 그림이 이런 느낌일거예요. 🙂
출처: http://www.thomasdeir.com/portcat/whale-art/>
오늘은 그 일기장에 써 놓은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서 같이 나누고 싶어요. 제가 최근에 겪은 여러가지 어려움들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땀을 닦으며 써놓은 글이랍니다. 제목은 ‘무언가를 갈망하고 기다리는 너에게’ 이고요, 써 놓은 내용을 아주 짧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1. (내가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거의’) 모든 자원이 나에게 다 있다.
갈망하는 것이 무엇일까? 네가 찾는 것이 무엇일까? 혹시 다 찾아 보았니? 혹시 다 열어 보았니?
엄마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없다고 슬퍼하고 운 순간도 많았는데, 다 울고 나니 그것들이 내 주머니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혹시 무언가 부족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때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찾아보면 어떨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자원들이 시간, 친구, 자료, 책의 형태로 분명 너의 주머니 안에 다 있을거라고.
2. 나를 도와줄 것들을 꼭 필요한 순간에 만난다.
그래도 무언가를 꼭 채워야 할때가 있겠지? 네가 가진 욕구와 요구들이 목표점을 향해 매진할때, 더 많은 도움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겠지? 그런 순간이 오면 엄마는 이렇게 믿곤해. 내가 찾는 그것을 나는 꼭 필요한 순간에, 완벽한 순간에 만난다고 말이야. 그렇게 믿는 순간 뭐랄까 마음이 편안해 지거든. 그 완벽한 순간은 내가 정하지 않고 신이 정하고 준비하는 것이니.. 나는 넉넉하게 믿기만 하면 되는 거야.
3. 기다림에는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 묵묵히 일을 하며 인내하는 것도 실력이다.
그러면 네가 묻겠지. 아니 꼭 필요한 순간이 언제냐고? 지금 당장이 꼭 필요한 순간 아니겠냐고. 다시한번 이야기 하지만, 신의 섭리는 너도, 엄마도 다 알수가 없는 것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꼭 올것이라 믿고, 기다림이 주는 시간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을 따분함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보내는 거야. 어떤 인연이, 어떤 기회가 우리를 찾아 올지 모르니까, 우리의 할일을 하면서 신의 은총을 기대하고 기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제 딸아이가 무언가를 갈망하며 그 간극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들어 할때 저의 글들이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에게 남기는 글이지만, 아이가 읽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으니 그 글의 독자는 오랫동안 제가 될 것 이고요.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때 가끔씩 써 놓은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여 보려고요.
더위로 고생하시는 분들 너무 많으실텐데, 정말 건강 잘 챙기세요.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혹시 있으시다면, 저의 메세지가 그 마음까지 잘 전달되길 빕니다.
시원한 밤 보내시길 바라며,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