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었습니다. 매 해의 마지막 달은 언제나 그렇듯 ‘벌써 12월이야?!’ 하는 말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아 11달을 달려오면 꼭 만나게 되는 12월을 맞이하는 저의 마음은 잘 해왔다는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 쓸쓸함이 한 데 뒤섞여 시원섭섭한 달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독 올해 이번 달을 기다리면서도 안 기다렸던 것은 대학에서의 강의가 마무리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레터를 통해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요, 1학기에 해당하는 지난 3월에는 계원예술대학의 영상디자인과 1학년 대상의 교양필수 ‘의사소통능력’과목을 워크디자인으로 수업을 했었습니다. 소통의 주체인 나를 제대로 점검하고, 내가 소통해야 하는 세상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는 세상과 어떻게 무엇으로 어떤 메시지로 소통하고자 하는가로 싹을 틔우는 연습과 스토리텔링으로 꽉 채운 15주였습니다. 마지막 수업에서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메시지’로 모두가 발표했을 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기뻐하고 펑펑울고 응원하고 박수치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70명의 학생들을 2개의 반으로 나누어 한 학기 동안 진행하며 정이 많이 든 학생들과의 워크디자인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서는 계원예대의 영상디자인과 친구들과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과목으로 2번째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동시에 세종대학교에서 신설된 ‘글로벌미디어소프트웨어(GWSW)’라는 전공연계과정에 전공 필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계원예대에서는 워크디자인을 배운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상태로의 이동하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과정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좀 더 다양한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고 적용해 본 아이디어를 내고,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아 더 성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세종대학교에서는 기존의 인문/사회과학 베이스의 학생들이 다른 전공들과 어떻게 연결하여 직업적 창의력을 높일 수 있을지에 포커싱하여, 워크디자인의 맥락을 ‘융합디자인세미나’의 과목명으로 풀어 수업하고 있습니다. 16주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는 2~4학년의 영어영문, 신문방송, 디지털콘텐츠, 호텔관광 등 정말 다양한 전공의 22명의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전공끼리 융합, 내가 가진 씨앗들의 융합, 그것들로 세상의 가려움을 어떻게 긇어줄까를 연결하는 경험과 연습을 주로 합니다.
워디랩스가 만들어지고 워크디자인이라는 콘텐츠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실제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저희의 비전 중에서는, 대학에서 필수 과정으로 소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올해 2개의 대학에서 그 꿈이 이루어져서 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 동안 진행되어 온 워크디자인, 그 긴 여정의 마무리를 앞두고, 이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지를 고민하다 나온 키워드를 워디레터 독자 여러분들과도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공감하자!
이 공감은 가장 먼저 나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제대로 공감하기란 어렵습니다. 공감능력의 정의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나의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Roman Krznaric)’ 입니다. 내가 나에 대해 제대로 공감한 바탕 위에, 상대에 대한 공감도 깊이 있게 해야 합니다. 이때의 공감은 무조건 동의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해’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A.I이 더 활약하게 될 앞으로의 사회에서, 그럼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는 이 ‘공감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화두에 올린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 핵심 역량으로 이미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The Future of Jobs’, Word Economic Forum). 다행인 것은 공감능력은 근육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강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 You Do You!
직역하면 ‘너는 너를 해라!’입니다. 영어 문법적으로 이상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느낌표를 3개 정도 쓰고 싶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입니다.(그 뒤에는 스마일 🙂 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한 단어로 줄이면 ‘나답게’로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점은 이렇게 저렇게 망설이고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일로 괴롭다면, ‘너는 너를 해라!’는 말입니다. 나답게 한 번 해보고, 나답게 움직이고, 나답게 배우고, 나답게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고. 다른 이의 가이드를 따를 필요 없이 일단 먼저,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나를 하는’ 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야 이 긴 커리어 또는 삶의 여정을 헤쳐 나가는 키를 내가 쥐고, 원하는 방향과 속도대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그리고 워크디자인하자!
리처스 서스킨드, 대니얼 서스킨드는 저서 ‘전문직의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고, 자기 분야에 필요한 자료에 숙달하며, 기계와 새로운 업무관계를 확립하고 , 다각화해야 한다. 더욱 포괄적으로 말하면 내일의 전문가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능력, 즉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생직장은 극히 드물어질 것이고, 안정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며, 예측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 대신 새로운 역할과 작업이 나타나면서, 빠르게 배우고 발전하며 적용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서스킨드 부자는 지금까지 개념이 변화하여, 고정된 ‘전문가’가 아닌 빠르게 배우고 발전하며 적용하는 능력으로서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계속적으로 나올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익히고, 나와 연결해보는 것, 바로 워크디자인으로 풀어서 키우고자 하는 ‘직업적 창의력’과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용기 있고 대범하게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하여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워크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워크디자인으로 참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교육장에서 만나 뵌 분들도 계시고, 이렇게 레터를 통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분들도 만나고요. ‘일’로 울고 웃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같이 울고 웃으면서, 나와 일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워디랩스가 100번째 레터도 넘기고, 이렇게 일 년 동안의 대학에서의 필수 과정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니, 기쁘고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제가 만나는 대학생들은 아직 일을 본격적으로 접해보지 않았거나, 또는 찬바람 부는 취업시장을 목전에 두고 근심이 가득한 친구들이어서, 매주마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같이 시도해볼지를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고심하게 됩니다. 저희가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답을 찾아 나가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워크디자인으로 아름답게 꽃 피운 커리어를 함께 보며 기뻐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12월의 첫날에.
Be Wodian,
El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