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글에서 조직문화 개발의 핵심을 ▲어떤 사람(People)과 함께할 것인가 ▲어떤 식(Design)으로 함께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번호에서는 초기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뽑고, 그렇게 한 차에 오른 사람들과 어떠한 방법으로 일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디자인’ 역량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People 어떤 사람을, 언제 어떻게 뽑겠는가?
스타트업 조직문화 개발을 이야기 하면 채용 다음 단계에서 이미 존재하는 구성원들과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뽑는 과정’, 즉 누구를 채용하는가부터 조직문화와 방향성이 70% 이상 결정난다. 사람을 키우는 육성과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련의 활동은 적합한 사람을 잘 뽑아야만 가능하다. 회사와 가족의 가장 큰 차이는 ‘일’이라는 성과지표를 함께 달성해야만 관계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채용과정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채용 전 누군가를 뽑기 전, 우리 조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난 연재글의 내용에서 많은 부분 이야기 했지만, 채용하려고 하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면 어떤 역량과 가치를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기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조직의 미션, 조직의 핵심가치, 조직에서 필요한 가치와 역량을 고민해 최소한의 나침반의 방향성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탐험 여행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채용의 시점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고용하라. 대부분 초기 조직구성 시 불가피한 상황이겠지만, 리더나 초기 핵심 멤버가 다양한 업무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체가 향후 채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여러 업무를 하면서,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령 개발자였던 대표가 영업을 해야 하는 경우, 그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영업의 어려움과 방향성을 경험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회사의 성장시점에서 영업 포지션을 뽑는다고 했을 때 그는 우리 조직에서의 영업의 역할과 업무기술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다. 즉, 해당 포지션을 이제는 뽑아도 되겠다 싶은 시점에 사람을 뽑았을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날 뿐더러, 그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일의 방향성에 있어 적합한 가이드도 줄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결코 편하게 일하기 위해서 사람을 뽑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초기 조직일수록 전략 수정과, 민첩함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가볍게 조직운영을 하며 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흔한 실수 욕심나는 인재라도 불필요한 고용은 서로를 해한다. 조직을 꾸리다 보면, 예전에 일했던 동료들 또는 언젠가는 함께 일하고 싶었던 탐나는 인재를 빨리 스카우트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곤 한다. 물론 적합한 포지션에 때가 맞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만 사람 먼저 뽑고 포지션을 생각하는 실수를 할 경우, 서로가 힘들어진다. 사람을 위해 없는 포지션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초반에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 서로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재는 늘 있다. 반드시 필요할 때 초대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점이 없겠냐만은, 스타트업 조직에서 채용의 어려움은 크다. 아직 많은 부분이 갖추어지지 않은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를 소위 ‘잘 골라 뽑는다’는 것은 배부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히 사람을 뽑는 자리인데, 내가 면접을 당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또한 서류상으로 원했던 사람이,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원하는 사람이 면접장에 왔다면, 스스로 회사소개로 어필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이든, 글로벌 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채용의 과정은 모두 쉽지 않다. 필자의 연구소에서는 고객들의 채용을 도우며, 그 과정을 함께 하기도 하는데,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까지 면접만 봤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스타트업에서는 그 기업은 사람을 고를 수 있는 힘이 있으니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뭘 모른다는 눈빛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은 완벽한 실수이다. 작은 조직일수록, 정말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못해, 초기 사업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크고 훌륭한 인재가 넘치는 소위 성공한 기업에서도, 독하게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데 스타트업에서 채용의 단계에서부터 물러서면 안 된다. 더 고집스럽고, 더 당당하게 사람에 대해 욕심을 부려야 한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질적인 결정에 있어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리더 자신과 조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진 조직에는 조건과 관계없이 끌린다. 무엇을 가졌는가 하는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라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 고집스럽고, 집요한 채용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Design 어떤 식으로 일할 것인가?
이렇게 고생스럽게 채용했다면,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조직 목표를 향해 몰입해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구성원의 역량을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
조직의 명확한 목표 설정과 집요한 공유
조직의 방향성, 즉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고 구성원 모두가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기본 요인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우리는 좀처럼 깨기 힘든 새벽에 이불에서 박차고 일어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과 방향성이 분명해야 사람이 또, 조직이 움직일 수 있다.
최근에 만난 모 스타트업 조직은 조직문화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총체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리 조직은 ‘도대체 뭘 하는 조직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다.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모르면, 일을 하지 못한다. 목표설정은 리더의 역할이 사실상 크며, 목표가 분명하다면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한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구성원의 이해의 수준을 안타까워하는 리더들이 많은데, 일방적 설명과 소통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 방향으로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수많은 접점에서 상기시키고 모두가 목표에 대해 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소위 집요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적합하고 제때 제공돼야 하는 내-외적 피드백
자, 목표가 잘 설정되고 또한 구성원이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달려가기만 하고 그 목표 수행이 잘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이 어떻고 어떠한 노력을 더 했을 때 심리적 또는 물질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모르면, 이 또한 동력이 약해진다. 심리적 피드백은 목표를 끊임없이 재확인하며, 현재 상태에 대한 긍정 또는 변화 방향에 대해 조직 내 타인으로부터 서로 건강한 방법으로 확인함으로써 채울 수 있다. 중간 중간 목표를 확인하고 상호 피드백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다. 물질적 인정은, 급여나 인센티브 또는 조직 환경적 요인의 충족이다. 이 역시 적합하게 제때 제공되지 못하면, 지속적 동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니엘 핑크와 동기를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동기 2.0의 개념에서 내재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강조되지만, 이는 외재적 요인만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한계를 이야기 한 것이지 물질적 보상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현실 조직에서는 물질적 안정과 적합한 보상에 기반해야 심리적 동기를 강화하는 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부분은 분명 인정해야만 한다.
자율적 업무환경과 엄격하고 명확한 책임 문화
최근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지만, 스타트업 조직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자율성에 대한 가치이다. ‘자율성’은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창의성, 업무만족감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이는 자율적 환경 즉, 업무를 하는 방법을 보장해 준다거나 출퇴근 시간 등 근무 환경을 디자인하면서 도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율에 명확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학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구성원에게 ‘자율적 환경’을 제공했을 때 겪게 되는 부작용이다. 한국의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건강한 자율성에 대한 이해를 특히 처음 조직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일에서의 자율성이란, 조직의 방향성에 맞게 개인의 업무 목표를 스스로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과 강점을 살려 유연하게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율적으로 해 내는 일의 성과에 대한 책임에 대한 인식도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수년간 자율적 업무환경을 통해 구성원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수많은 실험을 했었는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은 레슨은 구성원의 업무 경험치에 따라 조직 내에서 자율성의 강도가 조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직원들은 배워야 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율적 환경에서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구성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율에 대한 권한이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자율성과 책임감 있는 성과에 대한 연결고리에 있어서 조직차원에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차주 월요일까지 공유하기로 한 기획서가 있다고 했을 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방법대로 시간을 쓰고 조사를 하고 문서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월요일까지 분명히 공유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과 최고의 안으로 기획돼야 한다는 것에 조직차원에서 타협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의식을 서로 받아들여야만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조직으로 디자인 해 나갈 수 있다.
스타트업 조직문화 개발을 위한 긴 여정을 제한된 면에 기술해야 함에 있어,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는 많다. 다만 위에서 제안한 채용과 디자인 영역의 몇 가지 꼭지는 조직문화개발을 위해 필요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활용한 우리 조직만의 방정식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설정 값’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