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조직문화 디자인, 조직문화의 뼈대부터 견고해야 한다!
http://www.hrinsight.co.kr/view/view.asp?in_cate=114&gopage=1&bi_pidx=28431
아이템 하나 믿고 달려온 지난 3년, 매출이 늘어나고 이제 좀 먹고 살만 하니 두더지 게임처럼 다른 이슈가 툭툭 튀어나와요. 믿었던 사람이 나가고, 직원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직원들끼리 서로 다투고, 특히 대표인 나 자신의 시간관리와 마음관리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매일 바삐 뛰어다니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몇 점짜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매출로는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 김 대표는 만날 때마다 하소연한다. 그는 직장생활 경험이 많진 않았지만, 창업 열풍과 국가지원 사업의 흐름을 잘 읽어내 비교적 빠른 시기에 회사를 급성장 시켰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와 마음이 맞는 세 명의 선후배가 영업, 마케팅, 디자인, 운영 등의 전천후 일들을 모두 해냈다. 초기에는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일이 척척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매출이 높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의 끈이 흐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무실 밖에서 뭘 하는지 서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초반 핵심 멤버가 다투고 회사를 나가면서 김 대표는 다시 새 직원들을 뽑으며 운영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또 기준과 가이드가 특별히 없어도 충분히 통했던 초기멤버들과의 소통 방법에 익숙했던 김 대표는 새로운 직원들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기준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되는 일들을 직원들은 해내지 못했다. 올 한해만 해도 직원들은 퇴사와 입사를 반복했고, 회사 평가 사이트에서는 악평이 쏟아졌다. 소문이 그렇다 보니,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김 대표의 회사에 관심이 없었다. 급여 조건을 높여 모셔온 대기업 출신 마케팅 팀장과도 몇 개월을 함께 가지 못했다. 급여를 높게 준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도 컸던 김 대표와 체계를 잡아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신임 팀장의 업무 스타일이 결국 폭을 좁히지 못했다.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올 한해 김 대표와 유사한 상황에서 조직문화 개발에 고민을 가진 리더들을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 코칭, 워크숍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과 이해의 수준을 맞춰 나가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조직문화 개발이 어려운 수만 가지 이유도 함께 듣고 풀어나가야 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은 인사이트와 함께 시도한 단계적 접근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내용은 스타트업 조직을 중심으로 기술하지만, 조직문화 개발에 고민을 가진 중소형 조직 및 팀 단위 조직문화 개발에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이상과 혼동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누가 그 조직에 있는가에 따라 각 조직마다 이상적인 조직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고, 타 조직의 사례가 반드시 우리 회사에 적합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꽤 많은 회사에서 타 조직의 사례를 이상적 방향성으로 두고, 조직문화에 대한 방향성을 잡으려고 애쓴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또한 스타트업의 많은 리더들은 ‘수평적 조직 문화’에 대한 이상이 있었고, 이를 갖춰 나가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이 있었다. 이들은 과거 그들이 혐오했던 권위적이고 수직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한 혁신과 성장을 꿈꾸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상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본질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오해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직급에 대한 호칭을 없애고,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직급이 아닌 프로젝트와 역량으로 구성하는 즉 위아래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 조직구조와 혼동한다는 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반드시 수평적 조직구조를 전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구성원의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한 수평적 구조적 시도가 자포스Zappos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정서와 문화적 배경 안에서 극단적인 형태의 수평적 조직구조를 시도할 수 있는 회사는 분명 손에 꼽을 듯하다. 즉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구조 자체를 흔들 필요도 없고 이것이 수평적 조직문화의 본질도 아니라는 점이다.
수직적 조직, 즉 대표, 팀장, 구성원 등으로 직급이 존재하더라도 서로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솔직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수직적 구조를 가진 수평적 조직문화’로 볼 수 있다. 수직적 조직의 부정적 인식의 원인에는 직급 구조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착각하는 개인과 권위의 문화에 있을 뿐,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위해 수직적 구조 자체가 문제시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표들도 만났다.
“우리 회사는 일단 자율 출근이지요. 금요일은 오전만 일하면 되고, 서로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자기계발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참, 작년에는 유명한 셰프가 하는 레스토랑에 임직원 가족들을 모두 초대해 파티도 했어요.”
즉 ‘근무시간, 복장, 후한 복지’를 수평적 조직문화의 요건으로 결부시키는 것이다. 분명 외적인 환경조성이 조직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역시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 개발의 범위와 시작점
자, 조직문화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었다면, 위와 같은 고민을 가진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개발을 위해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시도해야 할까?
위 조직문화의 정의에서 보듯, 실로 광범위하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실제로 쉽지 않다. 그러나 좀더 협의적인 개념으로 조직문화를 접근해 보면 방향과 순서가 분명해 지는데 <그림 1>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표를 참고해 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이자 ≪원칙Principles≫의 저자인 레이 달리오는 조직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계에 비유한다. 이러한 기계는 다시 설계와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어떤 사람People과 함께할 것인가’ ‘어떤 식Design으로 함께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조직문화 개발의 핵심이다.
먼저 어떤 사람과 일해야 할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나에게 없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사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함께 소중하게 생각해 줄 사람, 나의 꿈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즉 ‘자신’에 대한 이해가 오롯이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사람과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구상해 나간다는 것의 가장 명백한 전제는 이 배를 몰고 가는 리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리더 스스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 먼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배에 필요한 사람들을 태울 수 있다.
” 만약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었다면, 그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조직 그 자체이다. ”
― 피터 드러커
조직에서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없다. 적합한 사람과 부적합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적합도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찌됐든 그 조직을 만든 ‘리더’라는 점이다.
결국은 리더, 리더, 리더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가 만난 리더들은 자신을 성찰하는 데 쓰는 시간에 박했다. 기업가정신을 품고 기업을 설립해 창업에 도전한 후, 조직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단계에서 리더의 새로운 역할은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다. 즉 조직의 성장과 변화에서 리더의 역할도 그에 맞게 진화해야한다. 리더는 왜 이 회사가 생겨났으며, 나는 어떤 개인적 성장을 이 회사를 통해 하고자 하는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리고 리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적합한 사람들을 뽑고 어떻게 시너지를 높여 일할 수 있는지 비로소 구상할 수 있다.
조직문화는 사람이 모여 회사를 운영해 나가며 함께 생활하며 공유하고, 생각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이는 광범위하고 어려워 보지만, 동반 의식을 바탕으로 방법을 모색하는 ‘대화’가 전제돼야 건강한 방향으로 조직문화의 뼈대를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리더’의 자기성찰을 기반으로 그들 조직에 적합한 조직문화개발의 방향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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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12월호에서는 스타트업 조직문화 디자인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