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교보문고에서는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과 그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연간 베스트셀러 키워드’를 뽑습니다. 작년인 2018년에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어떤 책이었을지 짐작이 가시는지요?
바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입니다. 캐릭터로 유명한 곰돌이 푸가 저자로 되어 있는 이 책은 푸의 다정하고 푸근한 미소가 그려진 표지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책으로 기억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성별과 세대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이 책이 사랑받았다는 점입니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40-50대 남성들의 지갑도 열게 한 푸의 매력은 어마어마했지요.
이 책을 필두로 교보문고에서 뽑은 작년 서점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토닥토닥’으로 표현되는 ‘위로’였습니다. 이는 반대로 ‘위로’를 많이 찾는 작년이었다는 말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는 현재, 어떻게 그 맥락을 이해하고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볼 수 있을까요?
유발 하라리의 최근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와 프레임이 깨진 혼돈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2가지를 들고 있는데, 첫 번째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입니다. 여기에서 트럼프의 정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가진 방향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세계화, 국수주의, 반자유주의로 방향성을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멕시코 장벽 세우기에 대한 주장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트럼프는 본인이 가치를 둔 방향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전 인류를 위한 미래 청사진이 있었던 20세기의 주요 운동들에 반해, 트럼프는 그런 것을 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의 두 번째 사건은 영국의 브렉시트입니다. 유럽과 세계의 미래는 자신들의 지평을 넘는 일이기에 ‘분리된 영국’으로서의 앞날을 지지하는 사건인 브렉시트도, 세계화에 대해 옳다는 믿음을 잃었다는 반증입니다.
이 두 가지의 사건으로 촉발된 방향성이 앞으로 국제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지 알 수 없습니다. 명확한 것은 적어도 중요하다고 제시되어온 어떤 가이드라인이 희미해지고 있는, 이른바 ‘혼돈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은 일의 장면에서도 궤를 같이 하는 듯 보입니다. ‘종신고용,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는 ‘평생 직업’도 힘을 잃어가는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트렌드의 진앙지가 되는 Z세대(1995년~2001년생)의 경우, 평생 17개의 직장과 5개의 직업을 갖게 되며 끊임없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탐구해야 하는 세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새로 생기고 없어진 수많은 직업들을 보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5년 후, 10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을지, 감히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일의 모습에서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뿐입니다. 일에서도 ‘혼돈의 시대’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저녁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삼겹살 집에서, 친구와 함께 수다 떠는 카페에서,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막연한 불안함으로 매일 같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요즘 들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질문이어서일까요, 많은 서적과 강연과 콘퍼런스에서 힘주어 관련된 주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저는 작년 연말부터 조금 더 이 화두에 대해 많이 듣고 보고 파고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하게 논의되는 내용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맥락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데 필요한 필수 역량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원래도 중요했지만, 내일의 일을 디자인하는데 더욱 중요성이 강조되는 역량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표현은 달라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가진 것에 붙여 나가는 연습’ 역량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것’이란 이제껏 내가 체화하지 않은, 나의 키워드가 아닌 새로운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 지식, 경험, 방법, 툴 일수도, 새로 생겨난 트렌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지금까지의 내가 접근해 본 적 없는 어떤 신선한 키워드일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이 통하는 것이 기존의 사회였다면, 미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서 기존의 방법이 계속 통하지 않을 것으로 많은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나를 업데이트시켜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안테나의 스위치를 먼저 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단순 생존이 아닌 번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연구했다는 이시아드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저서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첫 번째 요소로 ‘시야를 넓히고,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꾸는 것’을 꼽았습니다. 월드 그루인 피터 드러커는 ‘일의 철학’에서 ‘이미 다가온 미래는 주요 트렌드이며, 패턴 안에서의 변화가 아닌 패턴의 파괴를 뜻한다. 기회는 멀리 떨어져 있지도, 모호하지도 않다. 따라서 패턴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그저 바로 보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처럼 새로운 것들이 범람하는 시기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각도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그저 바로 보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첫 발걸음을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에 붙여 나가는 연습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붙여나가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확장일 수도, 더 깊이 심화시키는 것일 수도, 또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으로 연결시켜도 좋습니다. 여태 해보지 않았던 또는 몰랐던,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붙을 수 있을지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를 해봅니다. 마치 신상 봄 블라우스를 사면, 가지고 있던 청바지나 치마에 대어 보면서 나와 어울릴까 생각해 보는 것처럼요.
많은 분들이 새로운 일의 시대에는 기존의 내 것을 버리고 무언가 새 것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껏 해 온 일들은 앞으로 그 가치가 덜해질 것 같고, 무언가 제대로 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도 부족함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누군가가 ‘이게 정답이다’하고 딱 주면 좋겠지만, 누구도 내게 맞는 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연습’해보면 됩니다. ‘연습’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섣부르게 결론 내리지 않고,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주는 피드백을 반영시켜 나가면 됩니다. ‘연습’이라는 데에는 단 한 번에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하지만 모든 연습이 그러하듯, 많이 해 보면 해볼수록 그 근육이 더 잘 쓰이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게다가 다행인 것은 내게 새로운 것은 모두에게도 새롭고 잘 모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크게 티가 안 난다는 점이 위로가 되기로 합니다.
이 두 가지 역량을 키우는 근력에 대해, 워디랩스에서는 워크디자인 콘텐츠 안에서 올 한 해 더 열심히 소통하려고 합니다. 워디레터뿐 아니라, 저희의 연구를 담은 책을 쓰고, 직접 얼굴을 보고 함께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워디라운지를 열고, 또 그 밖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워디스러운 이야기들을 펼쳐볼까 합니다. 워크디자인 FT양성 과정 3기 과정도 더 깊어진 콘텐츠로 올해 안에 오픈 계획이고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일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은 항상 든든하게 지켜봐 주시는 독자분들께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내어 가보고자 합니다. 🙂
아직 바람이 매섭습니다. 건강 조심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독자 여러분들의 내일의 일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며,
Be Wodian,
Elli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