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주 전에 공지해 드린 ‘일의 감정’ 워크샵을 무사히 잘 끝냈습니다. 거의 2년만에 강의를 위해서 사람들 앞에서 섰는데, 역시 강단 앞에 서니 제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 교육생 눈 안에 담긴 호기심을 찾아보고, 어쩔때는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주저하는 것도 바라볼 수 있는 ‘그 강단’ 앞이 저는 참 좋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교육이나 코칭 장면에서 만난다 것은,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더 나아가 영혼적) 노동의 힘찬 준비 그리고 힘센 기도가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그날 잘 안풀리는 날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 날에 집에 돌아 올때는 교육은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힘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은 저의 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겸손해 지는 것이지요. 🙂
어제 설레는 마음으로 교육장에 좀 일찍 도착에 오시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받고 그리고 제가 준비했던 이론과 이야기들을 풀어나갔습니다. 어제 워크샵 공지가 나가고 몇몇 분들이 ‘이 강의를 도대체 어떻게 진행 할꺼냐, 어떤 과정이 들어있냐’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 그 내용에 대한 간략한 답으로 오늘의 뉴스레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일터에서 상처받고, 매일 비슷한 이야기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동정만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소개해 드리는 이 이론을 하나 기억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제 오셨던 분들에게는 이 이론을 복습해 드리는 목적도 있고요!)
어제는 크게 몇개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첫 꼭지는 마틴 셀리그만의 ABCDE 이론을 중심으로 풀었답니다. 상처와 역경 그리고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들이 일어날때, 우리는 ‘그 일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사람 때문에, 그 조직 때문에, 그 사건 때문에 지금 내가 괴롭고 어렵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심리학적 이론으로 보면 이 과정에는 오류가 하나 숨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에 사실 하나가 더 들어가 있어요. 마틴 셀리그만은 이 부분을 ABCDE로 축약했는데, 그것은 이러합니다.
A: Adversity- 역경-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는, 힘을 빠지게 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일어납니다. (미팅 장소에 나갔는데 상대방이 바람을 맞게 했다던지, 승진 시험에 누락했다던지,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어 먼저 인사했는데 그 사람이 반응하지 않고 지나갔다던지.. 그런 사소한 것 까지도요)
B: Belief – 믿음- 우리는 이 사건을 이해하려고 부지불식간에 노력합니다. 이 믿음은, 단순히 무엇을 믿는 단어의 뜻 뿐 아니라 앞의 사건을 해석하게 하는 근거와 자료 그리고 우리의 프레임을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에 오래 준비를 해서 고객을 만나러 갔는데, 그 고객이 약속 장소에 있지도 않고 전화를 받지도 않을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다 제각각이지요. 예전 제 남편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상해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를 받더군요. ‘그 고객은 날 싫어해, 무시해, 나랑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부족한 존재인가, 내가 뭐가 모자라나, …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난 이 직업에 맞지 않아 – 까지 도달하고 이야기가 종료됩니다. 고객은 어떤 이유로 못나왔는지, 나의 믿음이 사실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지요. 이미 이런 믿음으로 결론이 났으니까요.
C: Consequence- 결론 (감정의 요동) 앞의 드라마 작가적인 믿음은, 역경의 진폭을 필요이상으로 크게 만들어 그 사건에서 크게 상처받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자신을 만들어 냅니다. 사실 일을 하는 (하고자 하는) 인간인 우리는, 일터에서 늘 호의적인 사건 사람만 만날 수는 없으니까, 이런 과정들을 자주 만나지요. 사건과 (오류가 많은 잘못된) 믿음을 통해 부정적으로 바뀐 내 감정들이 바로 이 결론 부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드라마적 믿음’을 멈추고 조금 더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들은 어디서 나올까요?
D: Distance, Disputation – 거리를 두고, 반박을 하기- 자 이제 감정이 가라 앉거나 이유없이 우울해지는 느낌이 어슬렁 거리는 사저처럼 등장을 한다고 치면, 재빨리 이 과정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스스로 반박해 보는 과정, 그 믿음에서 거리를 두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이렇게 자세히 제안을 합니다.
1. 유용성: 그런 생각과 느낌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유용/유악한가?
2. 증거: 그런 생각을 뒷받침 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가? 중립적인 증거라 할 수 있나?
3. 대안: 다르게 볼 여지는 정말 없는가?
4. 함축: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내가 혼자 이렇게 우울 하다고 해서 뭐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E: Enegization, Exit – 반박을 하고 나서 우울의 늪으로 빠질뻔 했던 자아를 극적으로 걷어 올리면, 우리는 그 반박을 통해 기분이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불필요한 내면의 chatter box 가 요동치지 않도록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스스로가 건강한 반박을 위해서 자꾸 상황에 대해서 ‘객관화’ 시켜보려는 심리적 근육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어제 이론을 소개 시켜드리고, 일의 요소와 그 요소들 간의 관계도 같이 찾아 보았는데, 수업을 들으신 분들은 기억나시겠지요? ^^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브레네 브라운 교수도 비슷한 이론으로 이 부분을 설명합니다. ‘그 자리로 돌아가 나를 상처 받게한 사건들과 부딪혀서 이야기를 다시 쓰라’ 라고요. 적극적으로 그 사건으로 들어가,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나를 성장하게 했던 이야기로 반전 있게 만드는 방법. 그것은 우리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일의 감정’의 첫번째 근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워크샵을 위해 서울과 방콕에서 일부러 와주신 분들, 어제 긴 시간동안 같이 호흡해 주신 모든 교육생 분들에게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꽃으로 세션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우리 ‘샘별 원장님’에게도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나의 ‘문제’가 누군가에게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 덕이었어요. 여러분들 덕에, 저의 그 작년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다시 해석하고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감사한 마음, 기억하겠습니다.
8월 정도에 다른 워크샵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빌며..! 🙂
Be Wodian,
Jas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