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며칠 동안 비가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태풍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이 시원한 가을은 꿀같이 달콤하기만 합니다. 한국에 온 지 6일째, 특별할것 없지만 너무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엄마표 찌개를 나누어 먹고, 동네 안의 작고 소박한 놀이터에 아이를 놀리고, 시간을 쪼개 강의를 하는 스케줄. 한국에 살았다면 기억나지도 않을 반복적인 일상이었을 그 작은 시간들이 제게는 참으로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2년전 아이를 한국에서 낳겠다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때가 어제 같이 기억도 나고요. 배가 고래처럼 불러서 숨쉬기도 어려웠던 그 막달, 그러니까 아이낳기 일주일 전. 저는 알았을까요? 2년뒤에 이렇게 아이와 다시 돌아와 한국의 일상을 감사하며 음미할 것을요. 그때만 해도 저는 저희의 모든 인생이 다 호주에서 셋팅이 되고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한국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물리적 거리가 훨씬 더 멀어지니까요.
그러나 그 핑크빛 계획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혼자 독박육아를 하면서 산후 우울증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되기도 했고,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들로 결국에는 여기저기가 아플 만큼 낮은 자존감으로 고생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의 끝에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을때 제가 저에게 약속해준 것들이 있었답니다. 다시 저를 저에게 다시 돌려주는 작업을 시작해 보기로 했지요.
다시 일어서는데 필요한 책도 읽기, 남편과 아이에게 떨어져서 있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보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 일기를 대나무숲으로 활용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잊었던 이야기 등의 모든 것을 다 토해내는 도구로 쓸 것 등이었답니다. 그런 여러 방법 들 중에 사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바로 거울에 확언을 쓰는 방법이었어요. 욕실 거울 왼쪽에 립스틱으로 아주 잘 보이게 또박또박 글씨를 써넣었지요. 그 문장은 바로,
‘넌 참 아름답구나’ 입니다.
이 오글거리고 닭살스러운 문장을 쓰는데 정말 며칠을 고민했어요.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방법일까, 무슨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 아닌가 (보통 영화를 보면 거울위의 글자가 범인을 잡는데 한 몫을 하잖아요?) 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가성비 대비(?) 효과가 아주 좋다는 연구결과, 책 등을 읽어 보니 못할 것도 없지 싶어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연한 립스틱으로 거울의 왼쪽 끝에 한글자 한글자를 또박또박 쓰고, 그 문장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았고 한 한달쯤 지나니 그 효과를 보기 시작했어요. 저의 인상이 예전과 다시 비슷해 졌고, 웃음이 많아졌으며, 남편과의 다툼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제가 그렇게 조금씩 변하니 그것에 연결된 상황들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좋은 일이 더 많아 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건 그저 거울에 한줄의 문장을 쓴것 뿐인데 말이지요.
아이에게는 정말 수도 없이 해준말, 아이고 이쁘다 귀엽다. 남편에게는 멋지다, 정말 최고의 남편이다.. 이런 말을 매일 담고 살면서 저는 정작 저에게는 많이 짜고 엄격한 사람이었던것 같아요. 심리학자로 자신과 타인의 긍정성에 대해서 많이 배우지만, 그 활용에 있어서는 부끄럽게도 많이 모자란 부분이 많았었고요.
오늘 저와 함께 북코칭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도 전했었지만, ‘나로 살아가는 기쁨’ 이라는 책의 제목만 잘 이해해도 인생의 큰 고비는 다 넘길 수 있다고 저는 이제 생각해요.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환희, 감사함 그리고 그 유일함을 잘 보살 필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넘지 못할 산은 없을 것이라고 저는 이제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기에 아름답고, 그 차이에 축복이 있으니까요.
낮은 자존감, 실패의 휴유증, 번아웃의 부작용, 헤어짐으로 인한 상실 등 그 고비들 사이에서 아직 서성이고 계시다면, 저는 정말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어요. 거울이 부담스러우시면 포스트잇으로 잘 보이는 곳에 써 주세요. You are enough, you are beautiful, you are awesome! 이런 문장으로요.
저는 여러분을 잘 모르지만,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아름다움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답니다. 그러니 언젠가 오늘의 팁으로 인생의 한 부분이 더 밝아지셨다면, 제게 꼭 알려주세요. 그 아름다움과 온전함을 같이 기뻐하며 축복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폰이나 컴퓨터를 닫고 그럼 거울로 가서 스스로를 보고 이야기 해주세요.
‘나는 정말 멋있구나, 아름답구나!’
Be wodian,
Jasmine